해리스 ‘공립’ vs. 트럼프 ‘사립’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 존폐 결정

‘노예·인종’ 둘러싼 역사 인식 판이
교내 성소수 학생 보호 정책 판가름

미국 교육계가 코로나 팬데믹 기간 저하된 교육 수준 회복에 여념이 없다. 이런 가운데 올해 치러질 대통령 선거 결과가 향후 교육계의 방향을 좌우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유치원에서부터 12학년에 이르기까지 인종 갈등, LGBTQ 갈등, 노예제도, 평등과 관련된 격렬한 문화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나날이 치솟는 대학 등록금으로 등록 미달이 우려되는 등 교육계가 풀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미국 교육계가 직면한 여러 현안에 대해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상반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US뉴스앤월드리포트가 향후 교육계의 방향과 유권자의 표심을 가를 두 후보의 교육 정책을 요약했다.

■공립학교 vs. 사립학교

해리스 후보는 유치원~12학년 공립학교에 대한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공립 학교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해 교사의 임금을 인상하고 이를 통해 취약 지역 공립 학교 교육 수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교육 정책의 골자다.

해리스 후보는 대학 교육 시스템과 관련, 조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정책을 그대로 이어갈 전망이다. 그중 핵심은 법원과 의회에 번번이 막혀 실행이 지연되고 있는 대규모 학자금 탕감 프로그램이다. 해리스 후보가 당선되면 흑인 학생 비율이 높은 대학에 더 많은 자금이 지원될 것으로도 기대된다.

반면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 전면적인 교육 정책 개혁이 예상된다. 줄곧 교육부 전면 폐지를 주장해 온 트럼프 후보의 교육 정책은 900페이지에 달하는 보수 정책 계획서인 헤리티지 재단의 ‘프로젝트 2025’에 잘 드러나 있다. ‘프로젝트 2025’에는 사립 학교 시스템을 확대하고 성소수자 학생 보호하는 타이틀 IX 폐지, 어퍼머티브 액션과 ‘DEI’(다양성, 포용성, 형평성) 정책을 유지하는 대학을 기소하는 내용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 존폐 결정

바이든 행정부의 대규모 학자금 대출 탕감 프로그램인 SAVE가 연방법원에 의해 집행 정지 명령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학자금 대출 탕감 노력은 지난 4년간 가장 큰 성과로 인정받고 있으면 해리슨 후보도 대통령에 당선되면 같은 정책에 ‘올인’할 것이 확실시된다.

현재까지 연방 교육국은 약 460만 명에 달하는 학자금 대출자를 대상으로 약 1,600억 달러에 달하는 학자금 대출을 탕감했다. 탕감 대상에는 공공 기관 근로자, 장애인, 학자금 대출 사기 피해자, 학교가 폐쇄된 경우 등이 포함된다.

바이든 행정부의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에 반대해 온 트럼프 후보는 연방법원의 최근 판결을 반긴 바 있다. 트럼프 후보는 학자금 대출 탕감 대신 대학 학비를 낮추고 대학 졸업생이 학자금 대출 상환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대학이 교육적인 책임을 져야 할 필요를 줄곧 강조해 왔다.

트럼프 후보는 바이든 대통령의 소득 기반 학자금 대출 상환 프로그램 개념에는 동의하면서도 바이든 행정부가 야심 차게 내놓은 SAVE 프로그램을 전면적으로 손볼 것이 확실시된다. SAVE는 예정대로라면 7월부터 수백만 명의 학자금 대출을 절반으로 줄여줄 계획이었지만 초과 행정 권한을 주장하는 공화당 소속 의원의 소송 제기로 집행 정지 상태다.

■ ‘노예 제도·인종 차별’ 둘러싼 역사 인식

어느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교육 과정 수립 절차에 직접 관여할 수 없다. 이는 의회도 마찬가지로 교육 과정 수립은 전적으로 주정부와 각 교육구의 권한이다. 하지만 대통령 후보와 의원들은 정치적 영향력을 등에 업고 유권자를 상대로 자신이 지지하는 교육 정책을 강조할 수 있다.

해리스 후보는 이른바 ‘도서 금지’(Book Bans)를 반대한다. 그녀는 현재 선거 캠페인을 통해 ‘우리는 살상용 무기 금지를 원하지만, 그들(트럼프 및 공화당)은 도서 금지를 원한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강조하고 있다. 해리스 후보가 언급하는 도서란 비판적 인종 이론, 성 이론, 기타 부적절한 인종적·성적·정치적 내용이 포함된 교과서를 말한다. 트럼프 후보는 이들 내용을 다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나 프로그램에 대한 연방 예산 집행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교육 수준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시행된, 이른바 ‘커먼 코어 커리큘럼’(Common Core State Standards)이 현재 교육 정책을 둘러싼 양당 간 정치적 논쟁의 불씨를 제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과 동시에 애국 교육을 고취하겠다는 목표로 ‘1776 위원회’(The 1776 Commission)를 설립했다. 위원회는 퓰리처 상을 받은 뉴욕 타임스의 ‘1619 프로젝트’와 노예 제도를 미국 사회 불평등의 뿌리로 가르치는 학교가 늘어나는 움직임을 잠재우기 위한 시도였다.

당시는 미국 교육계를 중심으로 체계적인 인종 차별에 대한 영향과 공립 교육에 대한 위기론이 제기되던 시기였다. ‘전국 교육 수준 평가’(National Assessment of Education Progress)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8학년 학생 중 약 15%만 미국 역사를 올바로 이해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트럼프 후보 측은 노예 제도 등 미국 역사의 수치스러운 부분을 들춰내는 것이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부정적이고 분열을 조장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해리스 후보 측은 수치스럽고 힘든 역사적 교훈을 받아들여야 학생들이 미국 민주주의 이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교내 성소수 학생 보호 정책

1972년 제정된 성차별 금지법 타이틀 IX를 둘러싼 두 후보의 시각도 판이하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이 바로 성전환 학생의 스포츠 경기 참가를 규제하는 문제다. 연방 교육부 인권 담당 부서는 지난해 학교 측이 성전환 학생이 자신의 성적 정체성에 맞는 스포츠 경기에 참가하는 것을 전면적으로 제한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 26개 주에서 유치원~12학년, 대학 스포츠팀에서 성전환 학생이 자신의 성정체성에 따라 경기에 참가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트럼프 후보는 ‘여성 스포츠에서 남성을 제외하겠다’라고 공약한 바 있으며 그가 당선될 경우, 이 같은 공약을 기반으로 타이틀 IX 법안 수정에 들어갈 것이 확실시된다.

[미주 한국일보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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