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대회 이후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최근 국가대표 사령탑 후보에도 거론된 황선홍 감독의 지도자 인생에도 크나큰 오점으로 남을 ‘비극’이다.

황 감독이 이끈 23세 이하(U-23) 남자축구 대표팀은 2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인도네시아와 연장전까지 120분 동안 2-2 무승부에 그치고 승부차기에서 10-11로 졌다.

이로써 황선홍호의 파리 올림픽행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졌다.

이번 대회 3위까지만 본선 진출권을 바로 받는다. 4위 팀은 2023 U-23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4위인 기니와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4강을 밟지 못한 황선홍호와는 관계없는 상황이다.

현역 시절 한국을 대표하는 스트라이커였던 황 감독은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지도 벌써 20년이 넘었다.

2003년부터 코치 생활을 한 황 감독은 프로팀 사령탑을 거쳐 2021년 9월 연령별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다. 한국 축구를 파리로 데려가라는 ‘특명’을 받은 것이다.

파리 올림픽 최종 예선을 겸하는 이번 대회까지 황 감독에게는 2년 6개월가량의 시간이 주어졌다.

연령별 대표팀을 지휘한 황 감독의 평가는 주요 대회를 치를 때마다 요동쳤다.

한국 축구 차세대 간판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까지 출격시킨 2022 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2살 어린 선수들로 꾸린 일본에 0-3으로 패하면서 황 감독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당시 황 감독은 “앞으로 절대로 실망을 드리지 않도록 죽을힘을 다해 뛰겠다”고 사과하며 축구 팬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다.

지난해 9∼10월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웃었다.

이강인, 정우영(슈투트가르트), 홍현석(헨트) 등 A대표팀에도 선발되는 유럽파가 총출동한 아시안게임에서는 7전 전승으로 우승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직후 경질되면서 황 감독은 위기에 빠진 A대표팀의 ‘소방수’ 역할도 했다.

‘황선홍호’ 국가대표팀은 지난달 태국과 두 차례 A매치에서 1승 1무를 거뒀고, 아시안컵 기간 다툰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의 갈등도 공식적으로 봉합됐다.

위기의 순간 A대표팀 감독을 겸직, 리더십을 발휘한 황 감독을 향해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는 ‘호평’을 공개적으로 보냈다.

5월 공식 선임할 A대표팀 사령탑 후보에 황 감독이 포함됐다는 사실을 알린 정해성 위원장은 “이런 말씀을 드려서 어떨지 모르겠지만, 흠을 잡을 데가 없었다”며 황 감독을 칭찬했다.

그러나 정작 가장 중요한 임무로 맡긴 올림픽 본선행에 실패하면서 황 감독은 평가가 곤두박질치는 일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와 치른 황선홍호의 이번 대회 ‘최종전’은 그야말로 졸전이었다.

수비 불안을 드러내며 한 수 아래 상대로 평가된 인도네시아에 전반에만 2골을 내줬다.

연장전까지 인도네시아에 허용한 슈팅 수만 21개다.

골을 넣으라고 후반 투입한 스트라이커 이영준(김천)이 저스턴 허브너의 정강이와 발목을 발로 밟는 불필요한 반칙을 저질러 후반 25분 퇴장당하면서 황 감독의 표정도 더욱 어두워졌다.

급기야 후반 추가 시간에는 황 감독 본인이 주심에 레드카드를 받아 마음이 급한 선수들을 남겨두고 먼저 그라운드를 떠났다.

사실 황 감독은 이번 대회 준비에 심혈을 기울였다.

소집 훈련도 자주 진행했다. 지난 1월부터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UAE) 등지에 훈련 캠프를 차리고 선수들을 점검했다.

전력 강화의 핵심인 해외파 차출을 위해서는 직접 유럽 출장을 감행했다. 각 선수의 소속 구단과 개별적으로 접촉해 차출 허락을 받아낼 때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그러나 선수들의 소속팀 사정이 급변하면서 황 감독이 공격·미드필더·수비진의 핵심으로 봤던 양현준(셀틱), 배준호(스토크 시티), 김지수(브렌트퍼드) 합류가 줄줄이 불발되는 악재를 피하지 못했다.

특히 김지수가 합류하지 못한 가운데 조별리그 중국과 2차전에서 허벅지 뒤쪽 근육을 다친 서명관(부천)까지 이탈하면서 전문 센터백 자원이 부족해졌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는 무실점을 지키며 수비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는 듯했다.

그러나 황선홍호는 결국 파리행 외나무다리인 인도네시아와 8강에서 수비 불안을 노출하며 땅을 쳤다.

황선홍호의 목표는 세계 최초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었다.

그러나 기대가 컸던 만큼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령탑도 역풍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U-23 아시안컵 8강 탈락으로 황 감독에게는 9회 연속 올림픽 본선행 흐름을 더 이어가지 못한 지도자라는 오명이 따라붙게 됐다.

대회 직전 A대표팀 지휘봉을 쥐어 일시적으로 ‘두집 살림’을 택했던 점도 결국 패착이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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