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발생한 대통령 암살 사건 후 아이티 정부를 이끌었던 총리가 사임했다.

아리엘 앙리(74)는 25일(현지시간) 공식적으로 사직서를 내고 총리직을 내려놨다고 AFP·AP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이는 이 나라 관보 ‘르 모니퇴르 아이티앙’에 게시됐다.

아이티 총리실은 엑스(X·옛 트위터)에 앙리의 서명을 담은 사직서 사진을 올렸다. 이 문서는 전날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작성된 것으로 돼 있다.

앙리 전 총리는 이 나라 리더십 공백을 메우고 무너진 질서 회복의 첫 단추를 끼우는 역할을 할 과도위원회 출범에 맞춰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라고 AP는 전했다.

아이티 과도위원회는 투표권을 가진 7명의 위원과 2명의 참관인 등 9명으로 꾸려졌다. 임기는 2026년 2월 7일까지다.

위원들은 또 2026년께 대통령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법적·행정적 준비 작업을 하는 한편 갱단 억제를 위한 국제 경찰력 파견 지원 논의에도 나선다.

과도위원회 활동 시기 임시 정부 총리 권한대행은 파트리크 부아베르 경제재무부 장관이 맡을 예정이다.

의사 출신인 앙리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피살(2021년 7월 7일) 이틀 전 총리로 지명됐던 인물이다.

모이즈 대통령 타계 후 클로드 조제프 전 총리와 정치적 갈등을 빚었으나, 유엔 등 국제사회 지지를 등에 업고 같은 해 7월 20일 총리에 취임했다.

그러나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는 등 임기 초반부터 흔들렸고, 이 나라에서 기승을 부리던 갱단 단속에 손을 놓으면서 신뢰를 크게 잃었다.

2016년 이후 선거를 치른 적 없는 아이티에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이 전무하다.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70∼80%를 장악한 것으로 알려진 갱단은 공항과 항구를 비롯한 주요 인프라와 도심 곳곳을 쑥대밭으로 만들며 살인·약탈·성폭행·납치 등 범행을 이어가고 있다.

치안 악화 속에 미국과 한국, 유럽연합(EU) 회원국, 멕시코와 쿠바 등 주변국은 외교관과 자국민 등을 인근 국가 또는 모국으로 대피시키고 있다.

아이티 유엔사무소(BINUH)는 최근 보고서에서 1∼3월 아이티에서 2천500여명이 숨지거나 다쳤는데, 이는 2023년 10∼12월보다 50%이상 증가한 수치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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