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상속 강제하는 ‘유류분’, 위헌·헌법불합치” 결정

'형제자매에게 유산상속 강제' 유류분 제도 위헌

“패륜 가족에게도 상속, 상식에 반해”…법 개정 시한 주며 헌법불합치 결정

‘형제자매 유류분’은 위헌으로 즉시 효력 잃어…1977년 제도 도입 후 첫 위헌

학대 등 패륜 행위를 한 가족에게도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 이상의 유산(유류분·遺留分)을 상속하도록 정한 현행 민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아울러 이 같은 유류분을 형제자매에게도 주도록 보장하는 것은 그 자체로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25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유류분을 규정한 민법 1112조 1∼3호에 대해 2025년 12월 31일까지만 효력을 인정하고 그때까지 국회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효력을 잃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규정한 민법 1112조 4호는 위헌으로, 특정인의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는 민법 1118조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현행 민법은 자녀·배우자·부모·형제자매가 상속받을 수 있는 지분(법정상속분)을 정하고 있다. 피상속인이 사망하면서 유언을 남기지 않으면 이에 따라 배분한다.

유언이 있더라도 자녀·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을, 부모와 형제자매는 3분의 1을 보장받는데 이를 유류분이라고 한다. 특정 상속인이 유산을 독차지하지 못하도록 하고 남은 유족의 생존권을 보호하는 법적 장치로 1977년 도입됐다.

그러나 유류분 제도가 개인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등 사회 변화에 뒤떨어진다는 지적도 계속 제기되어 왔다.

헌재는 우선 “가족의 역할은 오늘날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상속인들은 유류분을 통해 긴밀한 연대를 유지하고 있다”며 유류분 제도 자체는 정당하다고 봤다.

또 가족 구성원별로 상속 비율을 획일적으로 정한 부분도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다양한 사례에 맞춰서 유류분 권리자와 유류분을 적정하게 정하는 입법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고, 법원이 구체적 사정을 고려해 개별적으로 정하게 하는 것은 심리 지연과 재판비용의 막대한 증가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가족으로서 도리를 다하지 않는 구성원에게 유류분을 받을 권리를 빼앗는 보완 제도를 두지 않은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봤다.

헌재는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 반한다”며 “유류분 상실 사유를 별도로 규정하지 아니한 것은 불합리하다”고 했다.

다만 “위헌결정을 선고해 효력을 상실시키면 법적 혼란이나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국회에 개정 시한을 부여했다.

형제자매에게 유류분을 보장하는 민법 1112조 4호는 위헌 결정으로 즉시 효력을 잃게 됐다. 헌재는 “형제자매는 상속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나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 등이 거의 인정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유류분권을 부여하는 것은 그 타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밖에 헌재는 공동상속인 중 상당한 기간 특별히 고인을 부양하거나 재산 형성에 기여한 사람(기여상속인)에게 고인이 증여한 재산을 유류분 배분의 예외로 인정하지 않는 민법 1118조 일부에 대해서도 헌법불합치로 결정했다.

헌재는 “기여상속인이 그 보답으로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일부를 증여받더라도 해당 증여 재산이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산입되므로, 기여상속인이 비기여상속인의 유류분 반환 청구에 응해 증여재산을 반환해야 하는 부당하고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위헌·헌법불합치로 결정한 조항들에 대해 “불합리하고 부당해 이로 인해 피상속인과 수증자가 받는 재산권의 침해가 공익보다 중대하고 심각하다”고 했다.

이밖에 공익 기부, 가업 승계 등 목적으로 증여한 재산도 예외 없이 유류분을 산정하기 위한 ‘기초 재산’에 포함하는 1113조 1항과 유류분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의사로 증여한 경우에는 증여분을 기초 재산에 포함하는 1114조는 합헌 판단을 받았다.

고인이 생전에 공동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특별수익)은 증여 시기를 불문하고 기초 재산에 포함하도록 하는 1118조 일부, 유류분 반환 시 원물 반환을 원칙으로 하는 1115조도 합헌으로 결정했다.

유류분 제도는 1977년 도입된 뒤 한 차례의 개정도 없이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2010년과 2013년 헌재 심판대에 올랐으나 모두 합헌 판단을 받았다.

헌재는 2020년부터 접수된 개인이 낸 헌법소원 심판 청구와 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 총 47건을 함께 심리한 뒤 이날 결정을 선고했다.

0
0

TOP 10 NEWS TODAY

오늘 가장 많이 본 뉴스

LATEST TODAY NEWS

오늘의 최신 뉴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시니어 생활

오피니언 Hot Poll

청취자가 참여하는 뉴스, 당신의 선택은?

최신 뉴스

“통영 굴’ 절대 먹지 말라” 美서 판매 중단에 회수 조치까지…무슨 일?

미국식품의약국(FDA)이 경상남도 통영에서 제조한 일부 냉동 굴 제품이 노로바이러스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판매를 중단하고 회수 조치에 나섰다. FDA는 지난 11일(현지시각) ...

‘음주운전·불법숙박업’ 문다혜 “잘못 깊이 뉘우쳐”… 검찰, 징역 1년 구형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등 혐의다혜씨 혐의 인정하며 반성문 제출 음주 운전과 불법 숙박업 운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

 여야 연금개혁 18년 만에 극적 합의… 우원식 “매우 역사적 순간”

여야가 20일 국민연금 개혁안에 극적 합의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오전 권성동 국민의힘,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회동 직후 "국민 삶에 직접적 ...

트럼프, ‘상호관세’ 4월 2일은 해방일”.. 감당은 할수 있을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상호관세' 발표일로 예고한 내달 2일(현지시간)은 "미국 해방일"이 될 것이라며 '관세 전쟁'의 고삐를 늦출 뜻이 없음을 분명히 ...

미군도 구조조정 칼날…”전투사령부 통합·주일미군 확장 중단 검토”

유럽·아프리카사령부, 북부·남부사령부 대상…주한미군도 여파 있을지 주목 펜타곤, 미군 구조조정 본격 착수…미군 나토 최고사령관직 포기 가능성도 연방정부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는 도널드 트럼프 ...

K타운 명소 ‘카페센트’운영하며 캘리포니아 마운틴클럽 이끄는 장기철 신임 회장

H매거진 장기철의 산행일기 스노보드와 스쿠버다이빙 강사 행글라이딩등 다양한 익스트림 스포츠 라이선스를 보유한 특수부대 하사관 출신인 전문가의 이야기... 캘리포니아 마운틴클럽의 장기철회장은 ...

한국 정치, 혐오의 정치가 되다

H매거진 이서희의 시사살롱 한국 정치의 현재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혼란스럽고 때로는 불안감을 안겨준다. 최근 정치적 대립과 갈등은 단순한 의견 차이를 ...

한인 남성, 부친 총격살해 후 자살 ‘충격’

▶ 팔로스버디스 묘지서 92세 아버지 머리에 64세 아들 총격 가해 ▶ 잇단 가족살인 ‘비극’ 60대 한인 남성이 자신의 90대 아버지에게 ...

팬데믹 5년, 달라진 것들

2020년 5월에 우리 가족은 시카고를 여행할 계획이었다. 한국과 미국에 떨어져 살고 있는 자매들이 시카고에서 만나 관광한 후 함께 LA로 돌아와 ...

테슬라 ‘초소형 하우스’ 출시… 가격 7,575달러

테슬라‘타이니 하우스’가 공개되며 시장에 출시됐다. 18일 테슬라에 따르면 완전 자율, 자급자족 스마트 홈인‘테슬라 소형 주택’을 공개하며 7,575달러에 판매한다. 240스퀘어피트 크기의 ...

과다지급된 소셜 연금 100% 일괄 환수한다

▶ 사회보장국 “3월27일부터” 10%씩 분할 상환서 변경 ▶ “메디케어 혜택 잃을수도 한인 수혜자도 주의해야” 연방 사회보장국(SSA)이 앞으로는 과다 지급된 수혜금을 ...

소셜 시큐리티 신청과 변경시 전화 신원 확인은 불허

사기 청구 제한위해 더 엄격한 신원 확인 조치 3월 31일부터 신원확인은 직접 사무실 방문 혹은 온라인 인증만 허용 사기 청구를 ...

피츠버그 배지환, 시범경기서 2루타 2방…타율 0.44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외야수 배지환(25)이 시범경기에서 2루타 2개를 터뜨리며 맹활약했다. 피츠버그는 19일 플로리다주 포트샬럿의 샬럿 스포츠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

이하늬·유연석·이준기, ‘개인 법인’ 문제 됐나..세금 탈루 의혹 부인

배우 이준기가 이하늬, 유연석에 이어 약 9억원의 세금 탈루 의혹에 휩싸였다. 19일(한국시간) 이준기 소속사 나무엑터스는 19일 스타뉴스에 "이준기 배우는 2023년 ...

이희진, 윤은혜 폭행→베복 불화설 입 열었다.. “마음의 상처 있어” [라스]

걸 그룹 베이비복스(Babyvox) 멤버 이희진이 윤은혜 폭행설과 팀 내 불화설 등을 해명했다. 19일 오후(한국시간)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는 '관리자 외 출입 ...

“언어 기능 저하돼” 장영란, 치매 초기 진단에 ‘충격’(A급장영란)

방송인 장영란이 치매 초기 진단에 아연실색했다. 19일(한국시간) 유튜브 채널 'A급 장영란'에는 '치매 전단계 진단 받은 46세 장영란의 충격적 원인과 치료 ...

“5억 안 주면 사생활 사진 유포”..유명 가수 협박 일당 검거

유명 가수의 휴대전화를 입수한 뒤 사생활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19일(한국시간) 채널A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17일 유명 ...

2월 남가주 주택가 상승..7개월만에 처음

남가주 주택 가격이 지난달 상승했는데 , 이는 7개월 만에 처음입니다. 질로우에 따르면, 남가주 6개 카운티 지역의 지난달 평균 주택 가격은 ...

테슬라 주가 하락, 엘론 머스크 마진 콜 위기 직면할 수도

테슬라 주식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면서 최고경영자(CEO) 엘론 머스크가 마진 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테슬라 주가는 2023년 초부터 ...

LA 미제 살인사건, 5만 달러 현상금…SUV 방화로 숨진 남성 수사

엘에이 경찰이 LA 그린 메도우 지역에서 차량에 앉아 있다 불에 타 숨진 50세 남성의 살인 사건에 용의자 검거를 위한 제보자에게 ...

LA 경찰..아파트 침입과 기물 파손 용의자와 몸싸움

플리머스 불러바드 일대서 창문 깨고 침입한 남성 추적... 회색 혼다 시빅 발견신고 접수 후 경찰 현장 도착... '몸싸움 벌어져 지원 ...

오렌지 카운티 모텔서 11세 소년 흉기에 찔려 사망… 어머니 체포

"산타아나 라킨타 인에서 발생… 어머니가 직접 신고""소년, 여러 차례 칼에 찔려 현장에서 숨져… 어머니는 무언가 섭취 후 병원 이송" 19일 ...

I-10 고속도로변 화재 발생… 소방대 출동

알링턴 애비뉴 2190번지 쓰레기 화재 신고... 현장 주소 I-10 서쪽으로 변경시민 촬영 영상 고속도로변 식물 불타는 모습 보여... 주변 운전자 ...

LA시 재정위기로 시 공무원 해고 불가피

내년 엘에이시 예산 적자 10억 달러 육박 수천명 시 공무원 해고 불가피할듯 LA시의 재정 위기가 악화되면서 시 공무원 해고가 불가피하다고 ...

‘집돌이’ 미국인들

노스 캐롤라이나의 한 주민이 전하는 경험담이다. 식구 셋이서 전에 다니던 작은 멕시칸 식당에 갔다. 테이블 몇 개에 바에 의자 네 ...

UC 채용 동결..새 행정부 연구 자금 삭감 탓

정부 연구 자금 삭감 대비한 긴축조처로 UC 전 캠퍼스에서 채용동결 강사와 클래스 줄어들고 클래스 규모는 더 커지고.. 학업의 질 저하 ...

트럼프의 ‘사계 2050’ 그리고 기후 관세

2021년 인공지능(AI)이 편곡한 특별한 클래식 음악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사계 2050’이란 이름의 공연으로 비발디의 명곡에 한국의 2050년 기후 예측 데이터를 ...

트랜스 젠더 선수 허용한 유펜(UPenn)에 1억7천5백만 달러 연방 기금 중단

"트렌스 젠더 운동 선수 허용해 행정 명령 위반했다" NCAA 수영 챔피언쉽에서 최초로 유펜의 트렌즈 젠더 선수 '리아 토마스' 우승 트럼프 ...

첫 우주비행 앞둔 미주한인 조니 김 “8년간 준비…우주유영 기대”

내달 8일 국제우주정거장으로 출발 앞두고 NASA에서 기자회견 네이비실 출신·의사 경력 해군장교…이라크전 참전·軍훈장도 다수 "우주과학 연구로 다음 세대에 영감 주고파" 다음 ...

백종원 또 사과…”원산지 철저히 점검·외부 감시 시스템 도입”

끊이지 않는 백종원 논란... 돼지고기 함량 적은 '빽햄' 생산 중단 백종원 더본코리아[475560] 대표가 연이은 논란에 재차 사과문을 냈다. 백 대표는 ...

경제 • IT

칼럼 • 오피니언

국제

한국

LIFESTYLE

K-NOW

K-NEWS

K-BI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