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25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회담과 관련, 민주당이 대통령으로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의제에 대한 수용을 요구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9일 이 대표와 통화에서 이번 주 회담을 제안하면서 취임 후 첫 회담이 성사될 것으로 관측됐지만, 회담 전 실무 협의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실 홍철호 정무수석과 민주당 천준호 대표 비서실장은 25일 오후 회담 일정과 의제 등을 논의하는 실무 회동을 열었다.
지난 23일 첫 실무 회동에 이어 이틀 만에 열리는 두 번째 협의지만,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번 주중에는 회담 성사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6일에는 이 대표의 재판 출석도 예정돼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다.
대통령실은 회담 의제에 대해서는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홍 수석은 이날 회동 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의제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사전 의제 조율이나 합의가 필요 없는 자유로운 형식의 회담을 가능한 빠른 시일 내 개최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부에선 민주당이 대통령실로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의제를 제안하는 데 대한 불편한 기색도 감지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역대 영수 회담에서 의제를 아주 상세하게 설정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앞선 1차 실무 회동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 야권이 추진한 각종 법안에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거듭 행사한 데 대한 사과를 의제에 올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과 이 대표가 총선 당시 공약한 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 수용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25만원 민생 지원금이라든지 채상병 특검이라든지 민주당이 제시한 몇 가지 의제에 대해 수용·불수용·반(半)수용·부분 수용 이런 것을 못 한다”며 “국회법 등에 위반되는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국회 입법 사안에 대해 찬반을 표하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이 결정할 수 없는 부분까지 (의제에) 들어간 게 있다”며 “이재명 대표가 민생이나 국정 현안에 대해 기탄없는 대화를 원한다면, 모든 것을 다 경청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서들끼리 수용, 불수용을 말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그런 문제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만나서 얘기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 여권 관계자는 “그동안 극한의 갈등에 지쳐 있던 국민들이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남으로 협치가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너무 정치적인 것들만 테이블에 올리려 한다면 오히려 역풍이 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