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문제가 오는 11월 미국 대선의 쟁점으로 부각된 가운데 미 연방 대법원에서 24일 아이다호주(州) 등 낙태를 엄격히 금지하는 주의 긴급 낙태 시술을 어디까지 허용할지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연방 대법원에서는 약 2시간에 걸쳐 아이다호주의 낙태 금지법과 연방법인 응급의료법(EMTALA) 가운데 무엇이 우선하는지에 대해 논의하는 심리가 열렸다.
아이다호주는 2022년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이 폐기된 뒤 자체적 낙태 금지법을 시행, 성폭행이나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이나 산모 생명이 심각하게 위험한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낙태를 제한하고 있다.
이에 미 법무부는 아이다호주의 낙태 금지법이 EMTALA과 충돌한다며 시행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EMTALA는 산모의 생명이나 건강이 심각하게 위험할 경우 낙태를 허용한다. 이 연방법이 주 관련법보다 우선한다는 게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입장이다.
이날 심리에서 미 정부 입장을 대변한 엘리자베스 프렐로거 법무차관은 “아이다호주가 하는 일은 여성이 마냥 기다리다가 상태가 악화해 태아에게 아무런 긍정적 영향도 주지 못한 채 평생 건강 문제를 겪게 되길 기다리게 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이다호주의 낙태 금지법에 대해 “비극 위에 비극을 쌓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 외 진보 성향 대법관 3명도 낙태를 하지 않으면 추후 심각한 건강 문제에 직면할 수 있는 임신부 사례를 언급하며 EMTALA를 옹호했다.
이들 대법관은 아이다호주에서 긴급 낙태 시술을 받지 못해 다른 주로 넘어가야 했던 여성 사례도 제시했다.
이에 보수 성향의 아이다호주 측은 EMTALA가 의사로 하여금 환자의 생명이 위험한지 아닌지를 ‘선의'(good-faith)에 따라 판단할 수 있게 한다고 맞섰다.
아울러 미 정부가 낙태를 정당화하기 위해 EMTALA에 관련 절차 등을 정확히 명시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이다호주 법무장관 대행 조슈아 터너는 “불법적 치료는 이용할 수 없는 치료법”이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양측은 태아가 임신부와 동일한 권리를 가지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치열한 공방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방 대법원은 오는 6월 말까지 긴급 낙태의 허용에 대해 판결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