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두통은 두통의 여러 종류 중 하나로 우리나라 인구의 약 8~10%가 갖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흔히 편두통이라고 하면 이름의 ‘편(偏)’자 때문에 단순히 머리가 한 편으로만 아픈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편두통은 한쪽으로 치우치는 통증뿐만 아니라, 머리에서 맥박이 뛰는듯한 박동성 통증이 일정 시간 이상 지속되고, 구역이나 구토 등의 위장 증상을 동반하는 두통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환자들은 대개 편두통 증상을 ‘쿵쾅쿵쾅 울린다’, ‘깨질 것 같다’ 등으로 표현한다. 통증은 반복되면서 좌우로 발생 위치가 달라지고, 간혹 눈 속 깊숙이 느껴지기도 한다.
문제는 편두통이 심하면 사회생활, 학교생활, 가정생활에 지장을 초래해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이런 편두통이 치매 발생과도 연관성이 커 주의가 더욱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연세대 원주의대 세브란스기독병원 백민석 교수, 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한경도 교수 공동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편두통이 혈관성 치매 위험을 증가시키는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혈관성 치매는 주로 고혈압, 동맥경화 등의 뇌혈관 손상이 원인으로, 전체 치매의 약 15%를 차지한다.
연구팀은 2009년 국가건강검진에 참여한 40세 이상 성인 607만6천184명을 편두통 환자 21만2천836명(평균 나이 56.5세)과 편두통이 없는 대조군 586만3천348명(평균 나이 54.0세)으로 나눠 10년 동안 혈관성 치매 발생률을 추적 관찰했다.
이 결과 편두통 환자군의 치매 발생률은 1.8%로, 편두통이 없는 대조군의 1.0%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팀은 치매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변수를 조정했을 때 편두통 환자에게 혈관성 치매가 발생할 위험은 편두통이 없는 사람에 견줘 1.21배 더 높은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만성적인 편두통의 경우는 이런 위험이 1.33배까지 높았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성별로는 남성보다 여성 편두통 환자가 치매 발생에 더 취약했다.
백민석 교수는 “편두통이 치매 발생과 연결되는 메커니즘이 규명되지 않았지만, 여성의 경우 뇌 백질 과집중에 따른 뇌조직 손상과 편두통에 동반해 잠재적으로 발생하는 뇌 혈역학의 변화 등이 혈관성 치매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편두통은 혈관성 치매뿐만 아니라, 치매 환자의 8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 위험도 높인다는 보고도 있다.
앞서 연구팀이 같은 연구 대상자의 18년 치(2002∼2019년) 의무기록을 분석해 지난해 국제학술지(Frontiers in Aging Neuroscience)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편두통 병력이 있는 사람의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률은 편두통 병력이 없는 사람의 3.7%보다 높은 7.1%로 집계됐다.
연구팀은 편두통 환자의 알츠하이머 치매 발생 위험이 편두통이 없는 사람보다 1.37배 높은 것으로 봤다.
편두통은 만성인지, 간헐적인지에 따라서도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에 미치는 영향이 달랐다. 만성 편두통 환자의 알츠하이머 치매 발생 위험은 간헐적 편두통 환자보다 1.48배 높았다.
편두통과 치매의 연관성은 젊은 연령대에서 더욱 뚜렷했다. 65세 이상 그룹에서 편두통 환자의 치매 발병 위험은 편두통이 없는 사람보다 1.27배 높았지만, 65세 미만 그룹에서는 이런 위험이 1.58배에 달했다.
반복적인 편두통이 만성 스트레스와 염증을 부르고, 이게 장기간 축적되면서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만약 한 달에 세 차례 이상 심한 편두통이 발생해 삶의 질이 심각하게 떨어진다면, 빨리 전문의 진료를 받아 편두통 발작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보통은 급성기의 경우 약물치료가 우선이다. 물론 아직은 한 가지 약물만으로 편두통을 완전히 치료하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두통 발생 후 치료가 늦으면 효과가 있는 약을 먹어도 두통이 나아지지 않는 중추 감작 상태가 돼 두통의 개선율이 현저히 떨어질 수도 있는 만큼, 일단 치료를 시도하는 게 합병증 예방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
최근에는 심한 편두통 치료에 신경 차단술이나 보톡스 치료 등이 활용되기도 한다.
또 평소 약물남용, 카페인 음료 과다 섭취, 음주, 흡연 등의 생활 습관이 편두통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킬 수 있는 만큼 위험 요인을 찾아 이를 피하려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