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거래위원회(FTC)가 고용주가 노동자의 동종 업계 이직을 막는 ‘비경쟁 계약'(noncompete agreement)을 금지하는 새 규정을 제정했다.
워싱턴포스트(WP)와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FTC는 23일 이 같은 규정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FTC 위원 5명 중 민주당 소속 3명이 찬성하고, 공화당 소속 2명이 반대했다.
FTC가 작년 초에 처음 제안한 이 규정은 고용주가 노동자와 고용계약서를 체결할 때 비경쟁 계약을 포함하는 것을 금지하며 이미 그런 계약을 체결했을 경우 그 계약이 무효라는 사실을 고용주가 노동자에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동자가 경쟁사로 재취업하는 것을 막는 비경쟁 계약은 노동자의 이직을 제한해 급여 인상과 창업을 억제하며 이런 노동자들을 고용하고자 하는 기업의 비용을 증가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미 노동부가 2022년 6월 공개한 조사에서 미국인의 18%가 비경쟁 계약을 적용받는 것으로 추산됐으며, 그 비율이 50%에 가깝다는 조사들도 있다고 WP는 설명했다.
비경쟁 계약은 기술 산업뿐만 아니라 미용, 의료, 춤 교습 등 다양한 산업에서 사용되며 고임금과 저임금 노동자 모두 그 대상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2월 국정연설에서 미국 노동자 3천만명이 비경쟁 계약에 서명해야 했다면서 기업들이 노동자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고 노동자의 가치만큼 급여를 주도록 비경쟁 계약을 금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햄버거 가게 계산대를 보는 직원이 시내 반대편에 있는 다른 햄버거 가게로 가서 돈을 좀 더 받고 같은 일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FTC는 비경쟁 계약을 금지하면 일자리 3천만개가 생기고, 노동자의 총 연간 급여가 거의 3천억달러(약 410조원) 인상될 것으로 추산했다.
리나 칸 FTC 위원장은 “사람들의 경제적 자유를 뺏어가는 것은 모든 다른 종류의 자유도 뺏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상공회의소를 비롯한 재계 단체들은 FTC의 새 규정에 반대하며 소송을 예고했다.
재계 단체들은 영업 기밀을 보호하려면 비경쟁 계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노동자의 교육·훈련 등에 투자하려면 노동자가 경쟁사로 이직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새 규정은 180일 이후에 적용되지만, 소송 때문에 시행이 지연될 수도 있다.
현재 미국 50개 주(州) 가운데 캘리포니아, 노스다코타, 오클라호마 3개 주에서 100년 넘게 비경쟁 계약을 금지하고 있다.
최근 몇 년 11개 주와 워싱턴DC에서는 시간제 노동자나 일정 수준 이하의 연봉을 버는 노동자에 대해 비경쟁 계약을 금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