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77) 전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의혹 혐의에 대한 유무죄를 가리는 재판의 심리가 오늘 본격 시작됐다.
뉴욕 맨해튼지방법원의 후안 머천 판사는 지난주까지 검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인측이 배심원단 선정을 마침에 따라 이날 배심원단이 참석한 가운데 첫 공판을 열고 검찰측과 변호인측의 진술을 들었다고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 등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첫 심리에서 검찰은 트럼프 전대통령이 지난 2016년 대선 때 ‘입막음 돈’ 지급이라는 범죄를 덮기 위한 계획을 조율해 선거를 더럽혔다고 주장한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인측은 문제의 돈은 검찰의 주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돈이라면서 검찰이 범죄로 몰아가고 있다고 반박해 양측이 팽팽히 맞섰다.
미국 역사상 전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피고인의 신분으로 법정에 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토드 블란치(49) 변호사를 비롯한 변호인단과 함께 법원에 출석했다.
검찰은 모두진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016년 대선 때 “범죄 계획을 조율해 대선을 더럽혔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내부 회사 문서에서 돈 지급 사실을 규명할 실체를 은폐했고, 대니얼스와의 성관계를 부인하고 있다”면서 “그의 변호인을 통해 (지급한 돈을) 합법적인 법률 비용이라고 주장하는데, 우리 수사 결과 이것은 매수 거래 협상에 근거한 순수하고 단순한 선거 사기”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해당 비용은 2016년 대선 당시 피고인의 성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불한 돈이 아니며, (검찰의) 주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자금”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에서 선거에서 이기려는 시도 자체는 불법이 아닌데도 검찰은 (억지로) 범죄인 것처럼 몰아간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변호인은 피고인을 ‘대통령’ 또는 ‘매우 검소한 사업가’라고 지칭하며 “그는 무죄”라고 덧붙인 뒤 “검찰에서 이 사건에 대해 공소제기를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검찰은 공소장에 기재된 대니얼스 관련 범죄사실 외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선거에 불리한 정보를 ‘사들인 뒤’ 대중에 알려지지 않도록 묻어버리는 ‘캐치 앤드 킬'(catch and kill) 수법을 활용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플레이보이 모델 출신 배우 캐런 맥두걸(53)이 2016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한때 불륜 관계였다는 사실을 폭로하려 하자, 타블로이드지 내셔널인콰이어러가 맥두걸에게 15만 달러를 지급하고 독점 보도 권리를 사들인 뒤 이를 묻어버린 게 이와 관련한 대표적인 사례라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검찰은 내셔널인콰이어러 모회사 AMI의 최고경영자(CEO)인 데이비드 페커(72)를 첫 증인으로 세웠다. 내셔널인콰이어러 전 발행인이었던 데이비드 페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친구다.
이날 페커는 취재원에게 기사에 대한 대가로 돈을 주는 이른바 ‘수표 저널리즘’ 관행에 관해 설명하는 등 불법적 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페커는 23일에도 법정에 출석할 예정이다.
이날 공판은 중계되지는 않았으며 법정에는 취재진을 비롯해 방청객들로 가득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