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강도 높은 기술 제재에 대응해 독자 스마트폰 운영체제(OS) 구축에 나선 화웨이가 중국 시장에서 애플의 iOS를 사상 처음으로 제쳤다. 화웨이는 14억 명 규모의 자국 시장을 바탕으로 확고한 자체 OS 생태계를 구축하는 한편 이를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지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미국의 대중 제재가 중국의 발전을 억누르는 ‘차보즈(卡脖子) 기술’의 개발로 이어져 ‘테크 굴기(倔起)’를 가속화하는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8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차보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핵심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자”고 강조하면서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차보즈는 외부 의존이 심해 기술 자립을 막는 핵심 기술을 뜻하는 말이다. ★관련 기사 3면
22일 중국의 시장조사 업체 BCI리서치에 따르면 화웨이는 1분기 중국에서 총 1058만 4000대를 출하해 15.5%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점유율 17.1%로 중국 시장 1위였던 애플은 1056만 9000대(15.5%)로 화웨이보다 1만 5000대가량 뒤지면서 4위까지 밀렸다. 1위는 1155만 8000대(16.9%)를 출하한 비보(IQOO 포함), 2위는 1074만 2000대(15.8%)의 아너다. 아너는 화웨이에서 분사한 스마트폰 제조사다.
화웨이의 약진은 자체 OS의 시장 확대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화웨이의 자체 OS인 ‘하모니(鴻蒙·훙멍)’는 중국 OS 시장에서 안드로이드(68.9%)에 이어 2위로 뛰어올랐다. 미국 제재로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할 수 없게 된 화웨이는 2021년부터 하모니를 개발해 모든 제품에 사용하고 있다. 독자 OS인 iOS를 사용하는 애플과 마찬가지로 화웨이 또한 자사의 스마트폰 점유율이 곧 하모니 점유율과 연결된다. 화웨이는 1분기에 안드로이드 기반 앱을 지원하지 않는 차세대 운영체제 ‘하모니 OS 넥스트’를 출시하기로 하는 등 차별화된 독자 생태계 구축을 시도할 방침이다.
중국은 반도체 분야에서도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미국이 서방 국가 및 한국, 일본 등과 첨단 반도체 규제를 강화하자 중국은 레거시(범용) 반도체 기술 자립화를 바탕으로 반격에 나섰다. 세 차례에 걸친 반도체 펀드로 약 100조 원을 투자했으며 첨단 분야별 핵심 기술을 집중 육성하면서 대반격에 나서고 있다. 중국과학원은 2018년 외부 의존도가 커 중국의 기술 자립을 막는 35개 ‘차보즈’ 기술을 선정했으며 이 중 21개에 대해 기술 자립에 성공했다고 지난해 발표했다.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