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부터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박사 과정을 밟을 예정인 신모(30)씨는 요즘 환율 때문에 고민이 많다.
토플, GRE(대학원 입학 자격시험), 대학별 원서비, 기숙사 신청비 등을 모두 달러로 납부하는데 요즘 워낙 고환율이어서 하나하나가 큰 금액으로 다가온다고 한다.
신씨는 22일(한국시간)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대학별 원서비가 보통 100∼150달러 선인데 일반적으로 10곳, 많게는 20곳의 학교에 원서를 낸다”며 “나가서 생활도 걱정인데, 이미 나가기 전부터 금전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아들이 오는 8월 일리노이 대학(UIUC)에 입학 예정인 심모(44)씨 사정도 비슷하다.
심씨는 아들 학비와 기숙사비, 생활비 등을 포함해 1년 유학 예산을 6만5천달러로 잡았다고 한다. 원/달러 환율이 100원 오르니 1년 예산도 원화 기준 650만원 늘었다.
심씨는 “미리 환전을 못 해서 후회된다”며 “아이가 ‘너무 부담되면 군대 먼저 갔다 와서 대학 가겠다’고 이야기하니 미안한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미국 유학생·학부모, 주재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환율은 17개월 만이자 역대 네 번째로 지난 16일 장중 1,400원선에 닿았다. 지난 19일 원/달러 환율은 1,382.2원에 거래를 마쳐 작년 말 종가(1,288.0원)보다 7.3% 상승했다.
5년째 미시간주에서 유학 중인 대학생 석모(24)씨는 “미국 물가도 많이 올랐는데 환율까지 급등해서 외식하거나 장을 볼 때 갈수록 망설여진다”며 “부모님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이중으로 늘어나니 눈치가 보인다”고 토로했다.
원화 기준으로 급여를 받는 미국 내 한국 기업 주재원들은 환율 상승 탓에 사실상 줄어든 월급을 받게 됐다고 한다.
앨라배마 어번 지역에 거주 중인 교민 김모(37)씨는 “우리 가족은 현지 (회사에) 채용돼 달러로 급여를 받지만, 원화로 급여를 받는 주재원들의 경우 달러로 환전해 생활하고 나면 오히려 ‘마이너스’라는 이야기도 하더라”며 “최근에 집 구매를 생각 중이라 한국에 있는 돈을 가져와서 보태려고 해도 환전 금액이 너무 적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미국에 처음 가면 낮은 신용도 때문에 현지에서 대출받기 어려워 한국에서 원화를 빌려와야 하는데, 최근에는 고환율 때문에 많은 사람이 정착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환전 수수료라도 아끼기 위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만난 한국인들끼리 개인적으로 원화와 달러를 맞바꾸는 경우도 일어나고 있다.
중동 리스크와 미국 금리 인하 기대 축소로 환율이 급등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당분간 환율 상단을 1,400원 선으로 보는 분위기다. 중동 위기가 전면전으로 비화하지 않는다면 1,400원 선을 뚫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상대적으로 낙관적인 전망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