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배신자’ 비난에 침묵 깬 한동훈 “배신이 아니라 용기”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한국시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관련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홍준표 대구시장이 국민의힘의 4·10 총선 참패와 관련해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책임론을 제기하자 한 전 위원장이 침묵을 깨고 입장을 밝혔다.

한 전 위원장은 20일(이하 한국시간) 밤 페이스북에 “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여러분을, 국민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그는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여러분, 국민뿐”이라며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배신이 아니라 용기”라고 강조했다.

한 전 위원장이 공개 입장을 낸 것은 총선 다음날인 지난 11일 사퇴한 후 처음이다. 페이스북을 통해 입장을 밝힌 것도 이례적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여당 비대위원장으로 등판한 이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적이 없다.

한 전 위원장의 이런 입장 발표는 홍 시장이 연일 공세를 펴는 데 대한 대응 차원이라는 해석이다.

홍 시장은 최근 페이스북과 온라인 소통 플랫폼에서 ‘셀카나 찍으며 대권 놀이를 했다’, ‘한동훈의 잘못으로 역대급 참패를 했다’ 등 한 전 위원장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특히 전날 홍 시장이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해 ‘윤석열 대통령도 배신한 사람’이라고 지칭하자 한 전 위원장은 ‘배신이 아니라 용기’라고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홍 시장이 제기한 ‘총선 참패 한동훈 책임론’을 둘러싼 여권 내 논쟁도 계속되고 있다.

‘정치 초보’ 한 전 위원장 때문에 총선에 패배했다는 게 책임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신평 변호사는 21일 페이스북 글에서 “국민의힘 총선 참패의 가장 큰 원인은, 한동훈이 자신의 능력에 대해 가진 과신”이라며 “그는 오직 자신이야말로 나라를 구할 수 있다는 과도한 자기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혼자서 선거판을 누볐다. 변명은 그만하자”고 지적했다.

반면 당내에선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발(發) 각종 악재가 패배의 근본 원인이고, 한 전 위원장이 그런 상황에서도 분투해 개헌 저지선을 지켜낼 수 있었다는 반박이 적지 않다.

서울 동대문갑에서 낙선한 김영우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야당의 무지막지한 의원들이 청담동 술판 괴담을 비롯해 대통령실과 정부에 폭격을 가할 때 혈혈단신 막아낸 한동훈, 너무 절망적이고 암울한 당에 들어와 비대위원장을 맡아준 한동훈, 그나마 총선을 치를 수 있게 불을 붙여준 한동훈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친한(친한동훈)계 한 인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동훈 책임론’을 언급하는 사람이 능력이나 자격이 있는지 먼저 살펴보는 게 좋겠다”며 “결과적으로는 패배해서 그렇지, 한 전 위원장에게 유세에 와달라고 얼마나 졸라대고 용을 썼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 전 위원장의 차기 당 대표 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서도 의견과 관측이 분분하다.

홍 시장은 “더 이상 우리 당에 얼씬거리면 안 된다”고 했고, 신 변호사도 “자기 잘못에 맞는 책임을 지도록 하자. 이번 전당대회에 나오지 않는 게 그 첫걸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친한계 인사는 “이번 가을이 되면 한 전 위원장의 대선 행보가 시작될 수 있다. 전대에 나오는 것은 선택지 중 하나일 수 있다”며 한 전 위원장의 당 대표 도전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한 전 위원장은 전날 페이스북 글에서 “정교하고 박력 있는 리더십이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만날 때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며 “정교해지기 위해 시간을 가지고 공부하고 성찰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한 전 위원장이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한 의지를 밝히면서도 당장 이번 전당대회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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