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위협에 대응…멕시코 북부 자치단체 반발 움직임
멕시코 정부가 국경 강물 공급 갈등을 둘러싼 미국 정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북부 댐 방류량을 7배 가까이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 수자원 관리를 위해 설립된 국제 국경·수역위원회(CILA·미국 약어는 IBWC)는 15일(현지시간) 아쿠냐 지역 라아미스타드 댐(우정의 댐) 방류량을 초당 18㎥에서 120㎥로 늘렸다고 밝혔다.
CILA의 관련 경보 메시지를 보면 이번 조처는 13일 0시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미국 정부와의 관계를 긴장시킨 물 방류량 부족분 보충을 위해 멕시코 정부가 미 텍사스 지역으로 물 공급을 늘리기 위한 조처로 보인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지난 11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물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매우 단기적 조처를 포함해 전반적인 우리의 제안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며 “여기에는 미국 텍사스 농민들을 위해 즉시 물 방류량을 늘리는 안도 들어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라아미드타드 댐은 브라보강(미국명 리오그란데강) 유역 멕시코 코아우일라주(州)에 있는 시설이다.
1969년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과 구스타보 디아스 오르다스 멕시코 대통령이 직접 준공식에 참여했을 정도로 양국 교류의 상징적 장소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댐 이름이 무색하게 최근 수년 동안에는 강물 공급과 연관된 양국 외교 분쟁 과정에서 주목받고 있다.
멕시코는 1944년 협약에 따라 브라보강(미국명 리오그란데강) 유량 중 3분의 1가량인 4억3천만㎥가량의 물을 매년 미국에 보내야 한다. 반대로 미국은 콜로라도강에서 매년 약 19억㎥의 물을 멕시코로 보내기로 했다.
그러나 멕시코는 심각해진 가뭄과 자동차·전자제품 생산 시설 증가에 따른 산업용수 수요 급증 등 때문에 최근 30년간 정해진 만큼의 물을 미국 쪽으로 공급하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기 정부 때에 이어 2기 정부 출범 이후 이를 문제 삼으며 관세 부과 가능성과 함께 세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하는 상황이다.
멕시코 정부는 현재 관세 협상팀과 별개로 ‘물 갈등 협상팀’을 꾸려 미국 측과 접촉하고 있다고 현지 일간 엘피난시에로는 보도했다.
댐 방류량 증가에 대해 멕시코 북부 지역 지방자치단체는 반발 태세다.
라아미스타드댐 관할 자치단체인 아쿠냐 시의 에밀리오 데 오요스 시장은 성명을 내 “댐 저수량이 사상 최저 수준인 12.7%에 불과함에도 연방 정부는 23일까지 계속 물을 흘려보낼 것이라고 알려왔다”며 “트럼프의 최근 발언 등 멕시코에 정치적·경제적 압력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이번 조처는 지역 식수 공급과 생산 활동을 위험에 빠뜨리며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성토했다.
마놀로 히메네스 코아우일라 주지사 역시 오요스 시장에 지지 의사를 밝히며 연방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앞서 트럼프 1기 정부 때에도 멕시코 정부는 다른 지역 댐 방류량을 늘려가며 할당량을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썼는데, 당시 농민들의 격렬한 반대 시위로 1명이 숨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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