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서울 뉴스 데스크
로스앤젤레스. 세상의 끝에서 가장 화창한 도시. 바닷바람은 사시사철 부드럽고, 하늘은 언제나 파랗고, 가로수는 구불구불 기분 좋게 눕는다.
이 찬란한 풍경 속에 사는 우리는 스스로를 “행운의 도시민”이라 자부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묘한 모순이 자리하고 있다.
경제가 나빠져도, 치안이 악화되어도, 쓰레기통이 넘치고 노숙자 천막이 도로를 점령해도—엘에이 시민들의 화살은 언제나 백악관을 향한다.
대통령이 바뀌어도 성토는 변함이 없고, 정작 자신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시의회, 주정부, 카운티 행정에는 관심이 없다.
시의원이 누구인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대통령을 향해 고함을 지른다.
이쯤 되면 묻고 싶다. “정치는 당신의 마당에서 시작된다는 말, 들어본 적 있는가?”
대통령이 당신 동네 골목길 가로등을 고쳐줄 수 없다. 대통령이 웨스트LA의 강도 사건을 줄여주지도 못하고, 엘에이 통근 지옥을 해결하지도 않는다.
그것은 시정부의 몫이고, 주정부의 책임이며, 결국은 유권자인 ‘당신’이 꾸준히 감시하고 참여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문제가 생기면 누군가를 탓하고, 날씨가 좋으면 모든 걸 잊는다.
교묘한 정치는 이를 너무도 잘 이용한다.
언론에 누군가를 악마로 만들고, 시민들에게 분노할 대상을 정해주면, 우리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열정적으로 달려든다. 그리고 며칠 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해변에 돗자리를 펴고 선셋을 감상한다.
이런 태도가 수십 년간 반복되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 결과 속에 살고 있다—누더기 인프라, 불안한 거리, 사라진 공동체 정신.
하지만, 이 칼럼은 비난이 아니라, 거울을 들이대는 것이다. 우리는 더 나은 엘에이를 바랄 자격이 있는가?
투표 한 번 제대로 했는가? 동네 회의에 얼굴 한번 내민 적 있는가?
자녀의 학교에, 이웃의 복지에, 거리의 청결에 단 1분이라도 책임감을 느낀 적 있는가?
시민이란 단어에는 권리뿐만 아니라, 의무가 포함되어 있다.
우리가 너무 오랫동안 권리만 외치고, 의무는 외면해온 것은 아닌가.
엘에이는 여전히 아름답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이 무지와 무관심 속에서 더럽혀지는 것을 바라만 본다면, 우리는 단지 하늘 아래 느긋한 불평꾼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고개를 들어 주변을 보자.
그리고 한 번쯤은, 대통령이 아닌 **‘내가 뽑은 시의원’**을 향해 질문을 던져보자.
“당신, 지난달에 뭘 했습니까?”
그리고 그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음 선거에선 당신이 책임질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