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HA)” 운동, 전문가들 사이에서 찬반 격돌
워싱턴 D.C. | 정치/보건 | 2025년 4월 13일
미국 보건복지부(HHS)가 역사상 가장 급진적인 개혁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RFK Jr.) 장관이 이끄는 개혁 드라이브는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ke America Healthy Again, MAHA)”라는 기치 아래 미국 보건 행정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2만 명 감원 충격…5개 기관 통폐합 전격 단행
케네디 장관은 취임 직후 과감한 조직 개편에 착수했다. HHS 산하 5개 주요 기관을 ‘건강한 미국 행정국’으로 통합했으며, 현재까지 1만 명의 공무원이 자리를 잃었다. 최종적으로는 2만 명에 달하는 대규모 감원이 예고돼 있어 정부 내부에서도 충격파가 확산되고 있다.
FDA와 CDC도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백신 안전성 평가 인력이 대거 감축되면서 “공중 보건의 위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급진적 투명성” vs “과학적 위험”…자폐증 원인 규명 선언에 학계 발칵
케네디 장관의 “급진적 투명성” 정책은 그의 개혁 중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이다. 특히 2025년 9월까지 자폐증의 원인을 규명하겠다는 선언은 과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그의 과거 백신-자폐증 연관성 주장과 맞물려 “위험한 사이비 과학”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FDA 최고 백신 책임자 피터 마크스 박사는 사임 기자회견에서 “케네디 장관은 미국 공중보건을 해치는 위험한 인물”이라고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텍사스 홍역 사태에 뒷짐진 RFK…9·11 생존자들도 ‘희생양’으로
최근 텍사스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역 확산 사태에서 케네디 장관의 초동 대응 지연은 그의 개혁에 더 큰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백신 접종 권장 메시지 부재로 확산세가 커졌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또한 9·11 테러 생존자들을 위한 ‘세계무역센터 건강 프로그램’이 인력과 예산 삭감으로 위기에 처하면서 “국가영웅들이 정치적 희생양이 됐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MAGA와 MAHA의 어색한 동거…트럼프와 RFK의 미묘한 긴장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와 케네디의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HA)” 구호는 표면적으로는 조화를 이루는 듯하지만, 실질 정책에서는 충돌 조짐이 보인다.
최근 RFK Jr.가 홍역 백신(MMR)을 공식 지지하면서 반백신 성향의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반발이 터져나왔다. 두 운동의 통합은 아직 요원한 상태다.
미국 보건의 미래는?
케네디의 개혁은 단순한 행정 조정을 넘어 미국 보건 시스템의 근본을 흔드는 ‘위험한 실험’이라는 평가와 ‘필요한 혁명’이라는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그의 개혁이 과연 미국인의 건강을 증진시킬 것인지, 아니면 수십 년간 쌓아온 공중보건 시스템을 무너뜨릴 위험한 도박인지는 앞으로 수개월 내에 그 결과가 드러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