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오늘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에 대해 비판이나 지지 등의 입장은 밝히지 않은 채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만 강조하는 등 고도로 신중하게 대처하는 모습이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 모두 발언에서 “현시점에서 관련 보도에 대해 코멘트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백악관의 무(無)언급이 전략적인 것이냐’는 등의 반복적인 질문에도 “오늘은 매우 조심할 것”이라면서 “현재 나온 보도에 대해서 발언하거나 추측하지 않겠다”며 답변을 피했다.

그는 다만 “초기부터 우리는 분쟁이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분명히 말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관련 보고를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대통령은 국가안보팀으로부터 실시간으로 최신 보고를 받고 있으며 지난 24시간도 예외는 아니다”라면서도 “어떤 특정 사건에 대해 (보고 여부를) 추측하지는 않겠다”고 답했다.

통상적으로 중대한 외교 현안이 있을 때 존 커비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이 백악관 브리핑에 동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지만 이 날은 나오지 않았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이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의 계기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어떤 공격 작전에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가 집중하고 있는 것, G7이 집중하고 있는 것, 그리고 우리의 성명과 대화에 반영된 것은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이번 공격에 관여하지 않았음을 부각한 것은 지난 13일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이후 미국이 보여온 입장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이후 현지 미군의 요격 지원 속에 이스라엘 측 피해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음을 강조하며 이스라엘에 보복 자제를 요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가자 전쟁)이 ‘중동전쟁’으로 비화하는 것을 막고, 3만3천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가자 전쟁의 조기 휴전을 이루는 것이 11월 대선을 앞둔 바이든 행정부의 지상 과제다.

따라서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이 이 같은 미국의 기조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편을 들거나, 공격을 모의했다는 인상을 이란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주지 않고, 자국 중재 외교의 진정성이 손상되는 것을 피하려는 것이 미국의 의중으로 풀이된다.

미국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미측 당국자들의 반응을 보면 이번 공격이 최근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는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를 급랭시킬 소재로 작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CNN은 “(미국이 이스라엘에 보복 자제를 요청했지만)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 사람은 백악관 내부에 거의 없었다”며 “미측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에 공격 계획을 사전에 알려줄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따라서 이스라엘이 이번 이란 공격의 강도와 범위 면에서 절제를 한 것으로 보이는 것은 미국의 ‘확전 회피’ 의중을 일정 정도 감안한 것일 수 있어 보인다.

결국 이란에 반격을 가하되, 절제된 수준에서 진행한다는 데 미국과 이스라엘 간에 최소한 암묵적 공감대가 형성됐을 수도 있어 보이는 것이다.

이스라엘도 현재 준비중인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서의 하마스 축출 작전을 위해 미국의 동의와 무기 지원 등이 필요한 상황에서 중동 확전을 극도로 우려하는 미국의 입장을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는 분석도 가능해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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