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사 도륜 스님 “정말 죄송하다”
초대형 산불에 전각 대부분이 소실된 경북 의성군 고운사의 도륜 스님이 “천년고찰을 우리 대에서 잃었다”며 비탄의 눈물을 터뜨렸다. 통일신라시대 신문왕 1년(681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고운사는 경북 지역을 대표하는 ‘천년고찰’ 중 하나로, 이번 산불 확산 과정에서 국가 지정 보물인 가운루와 연수전 등이 전소되는 등 경내 대다수의 전각을 잃고 말았다.
고운사 도륜 스님은 26일 KBS대구총국과의 인터뷰에서 “스님들과 유물을 옮기던 중 ‘인명 피해가 생기면 안 되니 철수하라’고 해서 끝까지 남아 있다가 (절을) 빠져나왔다”며 화재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문화재가 손상되면 세월을 복원할 수 없기 때문에 지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급히 이동 조치를 했다”고 덧붙였다. 고운사가 소장하고 있던 보물 석조여래좌상과 대웅보전 석가모니 후불탱화 등 문화유산 41점은 불길이 닥치기 직전 경북 각지로 옮겨졌다.
참담한 표정으로 심경을 밝히던 도륜 스님은 끝내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천년고찰을 이어왔는데 우리 대(代)에서 부처님 전각을 잃어버리게 되어 정말…”이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 채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면서 목멘 목소리로 “부처님의 도량을 지키지 못한 것에 정말로 죄송하고 부처님께 참회를 드린다”며 “다시 복원해 예전과 같이 기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부연했다.
국가유산청은 26일 “의성군 고운사는 전체 30개 동 중 9개 동만 원형을 유지하고 있으며, 보물로 지정된 연수전과 가운루를 비롯해 대부분의 건물이 전소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소실된 연수전은 2020년 보물로 지정된 조선시대 건축물로, 단청과 벽화의 예술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형태로 지어진 가운루는 조선 중후기 건축 양식을 간직한 누각이며, 지난해 7월 보물로 지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