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장소 4번 바꾼 청송군…아수라장 속 대피하던 주민 사망 속출
영양서 일가족 등 6명 대피 중 참변…”꽉막힌 차량 사이 불덩이가 비처럼 내려”
불길 피해 항구까지 피신한 이재민 104명 해경 구조
순간 최대 초속 20m 강풍을 탄 ‘괴물 산불’이 경북 북부권을 휩쓸던 지난 25일 7번 국도는 말그대로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수 시간 동안 이어진 대피 명령과 정전, 통신 두절 사태에 7번 국도는 대피 행렬이 이어져 대혼란을 겪었다.
남쪽을 향한 피난 행렬에 7번 국도는 한순간에 꽉 막혀버렸다.
주민 A(영덕읍)씨는 “꽉 막힌 차량 사이로 불덩이가 비처럼 내려 자동차에 불이 붙었다”며 “운전자들이 불붙은 차에서 간신히 빠져나오고, 아비규환이었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영덕읍 주민은 “자동차가 달리는 속도로 불이 날아다녔다”며 “피난 행렬로 길이 막히자 교통 통제를 나온 경찰이 오히려 길을 막았다는 오해를 샀다”고 전했다.
우왕좌왕하던 사이 동쪽 땅끝 고래산 마을 상원리와 도곡리 마을에까지 불이 붙자 일대 항구에는 이재민들이 쏟아져 나왔다.
석리항·축산항·경정3리항 방파제로 몰려든 주민 104명은 짙은 해무와 연기에 고립돼 오도가도 못하던 끝에 울진해경에 구조됐다.
오후 8시께 영덕경찰서 소속 순찰차는 지품면에 고립된 주민을 구조하고 일대 교통정리를 하러 출동했다가 화염에 휩싸여 전소됐다.
순찰차에 타고 있던 경찰관 3명과 주민 1명은 가까스로 순찰차에서 탈출했다.
그러나 1시간 뒤 영덕읍 매정리 매정길에서는 실버타운 입소자들을 태우고 대피하던 차량에 산불이 붙어 차량이 폭발했다.
차량에는 직원 2명과 입소자 4명이 탑승 중이었으며, 이 중 입소자 3명이 사망했다.
대혼란은 산불이 번진 모든 시·군에서 빗발쳤다.

청송군 주왕산 국립공원 인근에 거주하는 김모(60대) 씨는 “화염이 번지는데도 어느 방향이 안전하다거나 어느 방향이 위험하다는 안내가 없었다”라며 “그저 빨리 대피하라고만 하니 밖으로 나왔는데, 명확하고 적극적인 지시가 없어서 아쉬웠다”라고 말했다.
같은 마을 주민 이모(60대) 씨는 “오후 3시께는 파천면으로 대피하라고 했다가 30분 뒤에는 또 안덕으로 가라고 하고, 오후 4∼5시께는 청송군민 전체가 안전지대로 대피하라고 하더라”라며 “급하게 안내 문자를 보냈던 거 같긴 한데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긴급 문자를 받으니 오히려 마음이 불안하고 무서웠다”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마지막에는 관내 대형 리조트로 대피하라는 안내 지시를 받고 재이동했다.
이날 청송에서는 차를 타고 대피하던 60대 여성이 산불에 타 숨졌다.
영양군 석보면 삼의계곡에는 대피 도중 도랑에 빠지거나 가드레일에 부딪힌 채 불에 탄 차량 수십 대를 줄지어 볼 수 있었다.
영양에서는 대피 도중 일가족 등 6명이 숨졌다.
안동 임하면에서는 집을 빠져나오던 70대 여성이 질식해 숨지는 등 2명이 대피 도중 사망했다.
![[그래픽] 경북 북부 산불 발생 범위](https://img7.yna.co.kr/etc/graphic/YH/2025/03/26/GYH2025032600030004404_P4.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