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 의원 “중러가 문제의 메신저 논의 봤을 것으로 확신”
볼턴 “아무도 여기서 논의하면 안된다고 하지 않은 것 충격적”
미국 안보 수뇌부가 군사 작전 계획을 민간 메신저 채팅방에서 논의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이를 폭로한 언론인은 자신이 목격한 상황이 현실이라고 믿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애틀랜틱’의 제프리 골드버그 편집장은 MSNBC와의 인터뷰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이 사실을 보도하기까지 9일의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국가안보 지도부가 상업용 메신저 앱인 시그널에서 임박한 전쟁 계획을 논의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비상식적이어서 처음에는 채팅방의 진위 여부에 의심을 품었다고 말했다.
골드버그는 “9·11 테러,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을 취재하면서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없다”며 “이것은 생사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자신을 포함시킨 채팅방에서 다른 미국 당국자들과 함께 예멘 후티 반군 공습 계획을 논의한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공화당 돈 베이컨 하원의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이 메신저 대화를 모니터링했을 것이라고 99.99% 확신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 전 유엔 대사 역시 “채팅방에 있던 당국자 중 누구도 ‘여기서 대화하면 안 된다’고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이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번 사안을 특종 보도한 애틀랜틱은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이 프랑스 방문 중 1차 세계대전 전사자 묘지 참배를 취소하며 전사자들을 ‘패배자’, ‘호구’로 불렀다는 의혹을 제기해 당시 대선에 영향을 미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30억 달러(약 4조 원) 규모의 미국 액화천연가스(LNG) 구입 계획도 밝혀 눈길을 끌었다. 공장을 돌릴 에너지까지 미국산 의존도를 높이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은 1986년 미국 진출 이후 대미 투자액을 415억 달러(약 61조 원)까지 끌어올렸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현대차그룹은 이제 미국에 (차량 등을) 단순히 판매하는 기업이 아니라 자동차 밸류 체인을 미국에서 수행하는 미국화된 기업이란 인식을 심어준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관세 유예 가능성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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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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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동준 기자
이날 발표가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일 예고한 국가별 상호 관세 발표를 일주일가량 앞두고 나온 만큼 현대차그룹으로선 관세 폭탄 위기를 돌파할 카드를 선제적으로 마련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 회장의 투자 계획을 “아름다운 발표”라고 치켜세우며 “미국에서 철강과 자동차를 만드는 현대는 관세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화답했다. 현대차의 투자가 자신이 앞세운 관세 정책이 매우 효과적이라는 걸 보여주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 현지 공장을 방문해 달라는 정 회장의 말에 “오케이(좋다)”라고 답하는 모습도 보였다.
트럼프의 반응을 두고 관세 유예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미 뉴욕타임스는 현대차그룹의 투자 계획을 두고 “한국이 관세를 피하거나 적어도 다른 국가보다 낮은 관세를 부과받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나 기업의 미 경제 기여도에 따른 관세 예외 가능성을 언급해 왔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이번 투자를 미국 시장에서 브랜드 입지를 탄탄하게 할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미국은 현대차 판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점유율 확대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지역이다. 현대차·기아는 2024년 글로벌 시장에서 약 723만 대를 판매했는데 미국에서만 170만 대를 팔았다. 현대차그룹이 조 바이든 행정부 때인 2022년 5월 105억 달러(약 15조 원)에 달하는 미 투자 계획을 밝힌 것도 미래 모빌리티 산업 주도권을 잡기 위해선 미국 시장이 중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