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9일 통화는 대통령실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대통령실은 당초 22대 국회가 개원하는 6월쯤 영수회담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었지만 다음 주로 시기를 대폭 앞당겼다. 국정 쇄신의 첫 단추인 비서실장 인선 등이 미뤄지고 인사 난맥상이 겹쳐 국정 지지율이 역대 최저치까지 떨어지자 야당과 협치에 우선 물꼬를 터 위기 국면을 수습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이날 오후 3시 30분부터 약 5분간 전화 통화를 했다. 2022년 8월 이 대표 취임 당시 이진복 정무수석이 축하 난을 전달하면서 통화가 이뤄진 적은 있지만 두 사람이 소통만을 목적으로 전화 통화를 한 것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통화에서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대통령실)에서 만나자”며 “일단 만나서 소통을 시작하고 앞으로는 자주 만나 차도 마시고 식사도 하고 또 통화도 하면서 국정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이 대표는 “대통령께서 마음을 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빠른 시일에 만나자고 화답했다. 이 대표는 “저희가 대통령께서 하시는 일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도 했다.
두 사람의 통화는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오후 1시께 천준호 이 대표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은 참모진 인선이 늦어지면서 만남 제의가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영수회담에 적극적인 의사를 표해 다음 주 만남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제 제안을 했으니 양쪽 비서진에서 협의해 편한 시간, 대화 의제 등에 대해 필요하다면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1년 11개월 만에 영수회담을 제안한 배경에는 총선 참패 이후 악재가 겹치고 있는 정치 환경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이 이달 16~18일 전국 성인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긍정 평가한 응답은 23%에 그쳤다. 3주 전인 직전 조사보다 11%포인트 급락했는데 부정 평가는 10%포인트 뛰어 68%까지 치솟았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긍정 평가는 ‘역대 최저’, 부정 평가는 ‘역대 최고’다. 국정 과제를 추진할 최소한의 동력마저 상실할 수 있다는 위기에 직면한 셈이다.
국정 운영에 비상등이 켜졌지만 해법인 새 국무총리와 비서실장 인선 등 쇄신안은 열흘째 표류하고 있다. 여기에 ‘양정철·박영선 기용설’이 나오는 과정에서 ‘비선 의혹’까지 터져나오면서 여권에서는 ‘쇄신을 도모할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졌다.
국정 운영이 안갯속에 빠진 상황에서 정국 반전을 이룰 동력이 될 만한 카드는 사실상 ‘대야 협치’뿐이었다는 평가다. 대통령실은 이 대표와의 만남을 계기로 “국민을 위해 뭐든지 한다”는 전향적 메시지가 전달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영수회담으로 변화의 의지를 강조하는 한편 비서실장 인선은 확정되는 대로 발표해 국정운영의 안정도 동시에 꾀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