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새 4명 살해…휴전 때 수뇌부 제거대상 업데이트
전문가 “통치보다 생존 우선” 하마스 입지에 중대타격 관측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휴전이 만료된 이후 이스라엘군이 하마스의 통치 능력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이 단체의 고위 간부들을 표적으로 삼아 연달아 제거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최근 1주간 하마스 정치국의 고위 간부 중 최소 4명을 살해했다.
이스라엘군은 전날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 있는 나세르 병원을 공습해 이곳에 있던 하마스 정치국 간부 이스마일 바르훔을 죽였다고 밝혔다.
하마스 측도 이후 성명을 내고 이날 바르훔이 이 병원에서 치료받던 중 숨졌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바르훔이 치료받았다는 주장을 일축하고 그가 이 병원에 수주간 숨어있었으며 다른 고위 간부들과 회의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바르훔이 이날 공격의 표적이었다면서 그가 가자지구에서 사실상 하마스의 수장 역할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밤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하마스 정치국 간부이자 팔레스타인 의회 의원인 살라 알바르다윌이 숨졌다.
앞서 지난주에는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고위 간부 3명을 살해했으며 다른 간부들과 중간급 군 관리자들도 제거 대상이 됐다.
1단계 휴전 만료 이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대규모 공습을 가하고 지상군을 투입하며 교전을 재개한 상황에서 하마스의 통치 능력에 손상을 주기 위해 간부 표적 제거까지 단행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직 이스라엘 정보 당국자들은 하마스 간부 사살 작전은 현재 생존한 간부들이 임무 수행보다 생존을 우선하도록 만들어 하마스의 팔레스타인 통치에 지장을 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연이은 지도부 제거는 하마스의 가자지구 내 통제력 유지 능력에 대한 인식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영국의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중동 및 북아프리카 국장 사남 바킬은 “하마스가 정치적·군사적 행위자로서 자신들뿐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을 보호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라며 “이스라엘이 이 지역을 재점령하고 있다는 것은 하마스의 취약성을 잘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휴전이 이스라엘 당국에 하마스 지도부의 행방을 추적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제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스라엘 정보 당국은 현재 구금된 무장 대원 심문, 전자 첩보 활동 등을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하마스 내 제거 대상 명단을 보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 국내 정보기관인 신베트의 전 고위 당국자였던 일란 로탄은 하마스 지도부 중 일부가 휴전 기간 방심한 채 공개적으로 돌아다녔다며 “전투 재개 후 이스라엘이 그들을 추적하는 것이 더 쉬워졌다”라고 설명했다. 한 하마스 관계자도 이스라엘이 휴전을 악용해 하마스 지도부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지도부를 표적으로 한 제거 작전의 유용성을 두고 논쟁이 벌어진다고 WSJ은 전했다.
이스라엘에 의해 사살된 하마스 지도자들은 더 유능한 후임자로 대체되는 경우가 있기 어 유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전직 정보 당국자들은 하마스 지도부 제거가 너무 자주 발생하는 까닭에 후임자가 새 임무에 익숙해질 시간이 부족하고, 따라서 하마스 내 지휘 체계가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