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통령 권한 확장’ 시도가 점점 대담해지면서 급기야 입법부에 이어 사법부까지 길들이려 나서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은 이러한 양태야말로 트럼프 2기를 가장 잘 설명하는 특징이라고 보도하면서, 그가 사사건건 충돌하는 사법부와 판사들을 폭력의 위험으로 몰아넣는다고 지적했다.
□ 트럼프와 미 사법부의 껄끄러운 관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형사 피고인 자격으로 법정에 섰던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에 앞서 무려 34건의 중범죄 혐의로 유죄를 받았다. 트럼프는 이에 대한 앙심으로 선거 운동 기간 툭하면 판사들에게 막말을 해 구설에 올랐고, 권좌로 돌아오자마자 본격적으로 사법부와 부딪쳤다. 얼마 전 범죄 조직원 수백 명을 엘살바도르로 추방하려는 조치에 제동을 건 제임스 보스버그 연방법원 판사와 충돌한 것이 대표적이다.
□ 트럼프는 추방조치를 멈추라고 명령했던 보스버그 판사를 SNS에 ‘대통령 권력을 찬탈하려 한, 명성만 추구하는 배우’라 조롱하고 비난했다. 그는 또 정부 보조금 지출 중단을 막았던 판사와 미국 내 출생시민권 제한을 일시 효력정지한 판사를 향해 “급진 좌파 판사들의 불법적 가처분 결정이 미국을 파괴할 수 있다. 이들은 미치광이”라고 했다. 트럼프의 최측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판사 좌표 찍기’를 이어받아 “판사를 사칭하는 활동가, 그들을 탄핵하라”고 가세했다.
□ 트럼프의 메시지는 결국 테러를 선동하기에 이르렀다. 광적인 트럼프 지지자들이 판사들 집에 위협 목적의 우편물을 보내고, 허위신고를 해 경찰을 집으로 출동케 하는 일도 벌어졌다. 미 언론들은 판결에 대한 존중이 훼손됐다면서 트럼프가 사법부 공격의 빌미를 줬다고 보도했다. 권력자와 정치인의 선동적 언사는 군중의 폭력성을 키우는 연료가 되어 왔다. 2021년 의사당 앞에서 트럼프의 말이 그랬던 것처럼, 2025년 헌재 앞과 광장에 선 우리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언동이 폭력의 싹을 틔우고 있다. 트럼프의 좌표 찍기가 강 건너 불구경 거리가 될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