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한반도 평화는 공동 이익”…도쿄서 외교장관회의

조태열 한국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 왼쪽),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이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 하루 전인 21일(현지시간) 도쿄시내 호텔에 마련된 만찬장에 들어가기 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 ‘북핵·미사일’ 비판…중, 북 언급 없이 ‘평화·안정’ 강조

조태열 “북한, 우크라 종전과정서 잘못된 행동에 보상받아선 안돼”

한중일 3국의 외교 수장들이 22일(현지시간) 일본 도쿄에서 한 자리에 모여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은 이날 도쿄 외무성 이쿠라공관에서 ‘제11차 한중일 외교장관회의’를 열어 협력 방향 및 지역 정세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조 장관은 회의 이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중일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의 유지가 3국의 공동 이익이자 책임임을 확인했다”며 “북핵 문제와 한반도 평화 안정에 영향을 받는 3국의 소통이 계속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회의에서) 3국이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는 한편, 북한의 도발 중단과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불법적 러북 군사협력은 즉각 중단돼야 하며 북한이 우크라이나 종전 과정에서 잘못된 행동에 대해 보상받아서는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이와야 일본 외무상은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과 러북 군사협력, 암호자산 탈취 등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며 “북한의 비핵화가 공통의 목표이며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을 비롯해 긴밀히 의사소통하고 싶다는 점을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 측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3국이 협력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했지만, 북핵·미사일이나 북러 군사협력 문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 차이를 보였다.

왕이 주임은 한반도 정세에 대해 “복잡하고 예민하며 불안정과 불확실 요소가 늘고 있다”면서 “각 측은 한반도 문제의 근원을 직시하고 마주 보고 선의를 내보여야 한다”고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서로 소통을 진행하며 최대공약수를 추진해야 한다”며 “중국은 관련측, 국제사회와 함께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고,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3국 장관은 교류 협력 강화 의지도 재확인했다.

조 장관은 “국민 간 인적 교류와 소통은 3국 협력 강화의 중요한 토대”라며 “3국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할 때 보다 평화롭고 번영하는 미래를 만들고 과거의 상처도 치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3국이 ‘지속가능발전’, ‘보건·고령화’, ‘재난구호·안전’ 분야에서 공동 직면하는 과제들의 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하기로 했다며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경제통상과 과학기술, 디지털전환 분야에서도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셋으로 된 모든 것은 완벽하다’라는 라틴어 격언을 인용해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두 장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왕이 주임은 “3국이 소통 강화, 신뢰 증진, 협력 심화를 통해 지역의 평화·발전에 더 많은 안정 요소를 제공할 필요와 책임이 있다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역내 경제통합을 추진할 것도 합의했다”며 “3국은 자유무역협상(FTA) 재개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확대 추진, 지역 공급망 원활화를 위한 대화와 소통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3국은 서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의장국 수임 역할을 지지하고 열린 지역주의 추진에 합의했다”면서 “우리는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견지하고 경제 글로벌화를 더욱 포용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왕이 주임의 이와 같은 발언은 최근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자국 중심주의 정책을 펼치는 가운데, 중국이 역내 경제 협력을 주도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언급으로 풀이된다.

이와야 외무상은 일본이 올해 개최를 추진하는 한중일 정상회의를 “가능한 한 조기에, 적절한 시기에 개최할 수 있도록 작업을 가속하기로 의견 일치를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한국이 의장국을 맡은 APEC 정상회의에 대해서도 3국이 협조를 약속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내년 중국의 APEC 의장국 수임과, 2031년 일본의 수임에 대해서도 상호 지지를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 정세에 대해 “저는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는 세계 어디서든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에 대해 국제사회가 일치해서 호소해나갈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고도 말했다.

한편, 3국 장관들은 내달 도쿄에서 개막하는 ‘한일중 문화교류의 해’가 3국 국민의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 교류를 넓혀 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했다.

장관들은 또 이날 한중일 협력 사무국(TCS) 사무총장단 임기를 연장하는 의정서에도 서명했다.

한중일 외교장관회의는 2023년 11월 부산에서 열린 이후 처음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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