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탄핵압박에 맞선 판사 “내 명령위반, 끝까지 판다”

보스버그 판사 “외국인추방 때 인용한 법, 전쟁때만 적용가능”

‘트럼프 폭주’ 견제하는 사법부와 행정부간 긴장 가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탄핵’ 압박을 받고 있는 미국 판사가 외국인 추방과 관련한 자신의 명령을 트럼프 행정부가 위반했는지 여부를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22일(현지시간) AP통신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의 제임스 보스버그 판사는 전날 열린 심리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15일 베네수엘라 국적자 약 300명을 범죄조직원으로 규정해 추방하면서 18세기에 제정된 ‘적성국 국민법'(AEA)을 적용한 데 대해 “전례 없는 일이자, 법률의 확장 사용”이라고 지적했다.

1798년에 제정된 이 법률은 전시에 미국 정부가 미국 시민이 아닌 외국인 등을 영장이나 재판 등 평시에 적용되는 통상적 절차 없이 약식으로 검거해 구금하고 추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15일 베네수엘라 국적자 약 300명을 이 나라를 기반으로 한 범죄조직인 ‘트렌 데 아라과'(Tren De Aragua) 소속이라고 규정하면서 추방토록 하는 포고문에 서명하고, 그 사실을 발표했다.

그러자 보스버그 판사는 이 같은 포고문의 법적 근거에 문제를 제기하며 추방 절차를 일시 중단하라는 취지의 가처분 결정을 내리는 한편 추방 집행을 위해 이륙한 항공기도 미국으로 돌아오라고 명령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21일 심리에서 보스버그 판사는 AEA가 “미국과 다른 나라 사이에 정식으로 선포된 전쟁이 벌어질 때”만 적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추방 대상자들이 자신들을 갱단원으로 지목한 정부의 판단에 저항할 방법이 없었다는 점에도 우려를 표했다.

보스버그 판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추방 관련 포고문 서명 및 후속 절차가 법원과 관청 업무의 사각지대인 지난주 금요일 밤부터 토요일 사이에 이뤄진 점에 문제를 제기하며 “소송이 제기되기 전에 그들을 쫓아내려는 것이 유일한 이유”라고 추정했다.

그는 이어 “행정부가 (추방을 중단하라는) 내 명령을 위반했는지 여부와 누가 그 결정에 책임이 있는지 끝까지 파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부가 보스버그 판사의 명령을 무시하고 엘살바도르로 이민자들을 추방한 뒤인 지난 18일 보스버그 판사에 대한 탄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보스버그 판사를 실명으로 지목하며 “대통령의 권력을 찬탈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한편, 존 로버츠 연방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발표한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판사 탄핵 주장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민자 추방 건 외에도 미국 국제개발처(USAID) 등 일부 정부 조직 폐쇄, 환경단체 등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급 중단, 성전환 군인의 군 복무 제한 등 트럼프 대통령의 몇몇 결정들이 연방 법원 판사들의 가처분 결정에 막힌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와 사법부 사이의 긴장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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