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통의 엘에이 리틀 도쿄 존립위기…
엘에이 한인타운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으나 대비책 없어
로스앤젤레스의 대표적 일본 문화 중심지 ‘리틀 도쿄’가 대규모 개발과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존립 위기를 맞고 있다.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이 지역의 위기는 다른 아시아계 커뮤니티, 특히 코리아타운에도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리틀 도쿄는 최근 급격한 개발 물결로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수십 년간 지역을 지켜온 전통 상점들이 속속 문을 닫고 있다. 1908년부터 운영돼 온 전통 식당 ‘Suehiro Cafe’와 수공예품 전문점 ‘Little Tokyo Arts and Gifts’ 등 지역의 얼굴 역할을 해온 업체들이 높은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자리를 비우면서 지역 정체성 소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계 커뮤니티 활동가 마사키 타나카(45)씨는 “단순한 상점 폐업이 아니라 우리 조상들의 역사와 문화유산이 사라지는 것”이라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수용소 등 역사적 시련을 겪으면서도 지켜온 문화 중심지가 자본의 논리에 의해 사라지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리틀 도쿄 커뮤니티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속 가능한 리틀 도쿄(SLT)’ 이니셔티브를 중심으로 여러 단체들이 힘을 모아 문화적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시의회도 ‘레거시 비즈니스 프로그램’을 통해 역사적 가치가 있는 소규모 사업체들에 재정 및 기술 지원을 제공하며 보존에 나섰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리틀 도쿄 커뮤니티 임팩트 펀드(LTCIF)’로, 지역 상업용 부동산을 직접 매입해 관리함으로써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커뮤니티 통제권을 확보하려는 시도다. 또한 ‘토리우미 플라자’ 재개발 프로젝트는 공동체 참여를 통해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반영한 공간을 조성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전문가들은 리틀 도쿄가 겪고 있는 이러한 위기가 코리아타운을 비롯한 다른 아시아계 커뮤니티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한다. 로스앤젤레스 도시계획 전문가 데이비드 김 교수는 “코리아타운 역시 개발 압력과 젠트리피케이션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리틀 도쿄의 사례를 거울삼아 선제적인 커뮤니티 기반 보존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엘에이 한인타운에서도 임대료 상승으로 인해 2세대, 3세대가 운영해온 가족 사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문화적 정체성 보존과 경제적 발전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우리 커뮤니티의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시는 한인타운을포함한 여러 문화 중심지의 보존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시재정이 바닥이난 시정부가 할수 있는 일들은 많지 않다. 결국 궁극적으로는 커뮤니티의 자체적인 노력과 연대가 문화적 정체성을 지키고 커뮤니티를 보존할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변하는 리틀 도쿄의 모습이 엘에이 한인타운 아주 가까운 미래이 모습니다. 한인이민사회의 터전인 엘에이 한인타운을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