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억달러 추산…이자 포함하면 2천억달러 될 수도”
최근 극도의 치안 불안을 겪는 카리브해의 섬나라 아이티가 프랑스에 과거 독립 대가로 지불했던 배상금을 돌려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의 자문기구인 아프리카계 후손 상설 포럼(PFPAD)은 과거 아이티가 프랑스에 지급했던 배상금의 반환을 추진하고 있다.
아이티는 과거 프랑스의 식민지였다가 1804년 독립했다.
그 뒤 프랑스는 아이티에 근대화 비용과 독립으로 ‘손해’를 본 농장주들에 대한 손해배상 명목으로 거액의 배상금을 요구했다. 아이티는 이 배상금을 1947년에야 모두 지불했다.
이 같은 거액의 배상금 지급으로 아이티가 세계 최빈국이 됐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PFPAD는 이 배상금이 반환돼 현재 무자비한 갱단의 폭력 속에 치안 공백을 겪는 아이티의 공공부문에 쓰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배상금 반환을 감독하기 위한 독립적인 위원회를 구성하려 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 같은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는 아이티의 사회운동가 모니크 클레스카는 “중요한 것은 프랑스가 이를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갈 때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아이티가 프랑스에 지급한 금액을 210억달러로 추산한 바 있는데, 일부 역사학자들은 이자 등을 감안하면 실제로 지급된 배상금이 그보다 많다고 주장한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의 제미마 피에르 교수는 “210억달러에 더해 프랑스가 200년간 얻어온 이자를 생각한다면 (배상금이) 총 1천500억~2천억 달러 또는 그 이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안에 대해 프랑스 외무부는 논평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과거 프랑스는 아이티에 “도덕적 부채”를 지고 있다며 개발 비용 수백만달러를 지원한 바 있다.
현재 아이티는 살인·약탈·성폭행·납치·방화 등 무자비한 갱단 폭력 속에 사실상 무정부상태에 놓여있다.
최근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과도위원회가 구성됐으며, 이들은 새 총리와 정부 각료를 지명하기 위해 관련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다만 무장 갱단이 수도 포르토프랭스 곳곳을 쑥대밭으로 만들며 기세등등한 상태에서 과도위원회가 실제 얼마나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