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탑재 전략폭격기 기지, 유류고, 병원 등 양국 시설물 잇단 피격
미국의 중재로 30일간의 ‘부분 휴전안’이 논의되는 와중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자폭 드론(무인기)을 동원, 공습을 주고받으며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러시아군 투폴레프(Tu)-160 전략폭격기가 주기돼 있는 사라토프주의 엥겔스 공군기지를 드론으로 공격했다.
전선에서 700㎞나 떨어진 후방이었지만 공격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소셜미디어로 공유된 영상에는 비행장에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나면서 주변의 작은 건물들이 파괴되는 모습이 담겼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엥겔스 공군기지를 타격하는 과정에서 기지 내에 보관돼 있던 폭탄 등이 유폭을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측에서는 이번 공격으로 10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러시아 국방부는 자국 내 각지에서 모두 132기의 우크라이나군 드론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측도 18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러시아 쿠르스크주와 인접한 우크라이나 수미주 일대의 병원 등을 겨냥해 대규모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가 총 145대의 드론을 날렸고 이 중 72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병원과 철도 시설 등 민간 인프라를 겨냥한 러시아군의 공격은 “푸틴의 말이 현실과는 매우 다르다는 걸 보여준다”면서 미국이 제안한 휴전을 사실상 거부한 셈이라고 비난했다.
러시아군은 20일 저녁에는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에도 대대적인 드론 공습을 가했다. 인명피해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현지 당국자들은 15차례 이상 폭발이 이어지면서 도시 일부가 불길에 휩싸였다고 말했다.
반면 러시아 측은 오히려 우크라이나가 휴전 합의를 위반하고 러시아 내 기반시설을 공격하고 있다는 주장한다.
지난 19일 러시아 남부 크라스노다르주의 유류 저장고가 우크라이나 드론에 피격돼 대규모 화재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0일 현지 방송에 출연, “우리는 우크라이나 정권이 이미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휴전을 깨뜨렸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우크라이나군 텔레그램 채널에는 21일 “적들이 유럽에 (러시아산) 가스를 운송하는 데 쓰는 (쿠르스크주) 수자 지역의 가스 운반 시스템에 대한 성공적 폭격을 언론사들이 보도하고 있다”는 글과 관련 사진이 공유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러시아 당국은 아직 이와 관련한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8일 푸틴 대통령과의 전화 협의를 통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상대측 에너지 인프라(미국 발표는 에너지 및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30일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이어 19일에는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그러한 내용의 ‘부분 휴전’에 대한 동의를 얻어낸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