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 캐롤라이나의 한 주민이 전하는 경험담이다.
식구 셋이서 전에 다니던 작은 멕시칸 식당에 갔다. 테이블 몇 개에 바에 의자 네 개가 있는 작은 식당이었다. 동네 단골이 많았는데 손님이 한 테이블도 없었다. ‘왜 이렇게 한가하지?’ 생각했으나 한가한 건 아니었다. 카운터에는 누런 봉지가 10개쯤 줄지어 놓여 있었다. 모두 주문 음식이었다.
식사하는 동안 고객들이 들락거렸으나 테이블에 앉는 사람은 없었다. 카운터에서 백을 집어 들고 계산한 후 나가 버렸다. 종업원과 주고받는 대화도 없었다. 한 때 ‘만남의 장’이던 곳이 ‘침묵의 장’이 되어 있었다. ‘테이블(Table)에서 테이크 아웃(Takeout)’으로 바뀐 것이다. 전미 요식업 협회에 따르면 식당의 이런 변화는 전반적인 현상이다. 코로나 팬데믹 전에는 테이크 아웃이 주문의 61% 였으나 지금은 74%로 늘었다. 집에서 먹겠다는 것이다.
식당만 그런 것이 아니다. 대형 집 수리용품점을 오랜만에 가면 변화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일반 고객의 숫자가 확 줄었다. 전에는 주말 같은 데 가면 재료를 사서 직접 집을 손보려는 DIY 손님들이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지금은 다르다. 특히 주중에 들르면 공사 중에 잠깐 온 듯한 작업복 차림의 컨트랙터들만 분주하게 오갈 뿐, DIY 고객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진열된 제품도 견본만 있고 온라인으로 주문하라는 것도 많다.
이러다 보니 뭘 물어도 친절하게 가르쳐 주던 ‘척척 박사’ 종업원도 전 같지 않다. 서비스의 질이 전과는 차이가 난다. 집에서 온라인으로 쇼핑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렇게 됐구나 짐작할 따름이다.
미국인들이 점차 ‘집돌이(homebody)’가 돼 가고 있다. 무엇을 하든 집 밖으로 나가는 대신 집에서 하려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결정적인 전환점은 물론 팬데믹이었다. ‘재택’이 방역 지침이었으니까. 하지만 팬데믹이 종료된 뒤에도 이런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팬데믹 전부터 있던 트렌드였다고 한다. 코로나가 이런 현상을 가속시켰을 뿐 팬데믹만이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쯤에서 이런 현상을 숫자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UCLA 도시계획 & 공공 정책학 교수를 중심으로 한 연구팀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집 밖에 있는 시간이 지난 20년 새 하루 1시간30분 정도 줄었다고 한다. 지난 2003년에는 하루 360분이 넘었으나 2023년에는 280분이 채 되지 않더라는 것이다. 원인은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늘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재택 근무. 일하러 나갈 필요가 없게 됐다. 온라인 쇼핑도 그렇다. 집에 앉아 디지털 엔터테인먼트도 즐길 수 있다. 커피 숍에 앉아 수다 떠는 대신 화상 통화를 하면 되고, 영화관 대신 스트리밍을 이용하면 된다. 장 보기도 온 라인으로 가능하다. 굳이 마켓까지 갈 필요가 없다. 식당 음식은 배달 앱이면 되고.
물결 효과가 크다. 알려진 것처럼 오피스 빌딩과 상가의 수요는 급감했다. 다른 용도로 바꿔야 살아남을 수 있다. 출퇴근 시간에 몰리던 트래픽이 하루 종일 분산되는 효과도 있다. 교통난의 전 시간대 평준화라고 할까? 버스, 전철 등 대중 교통의 수요는 준 반면, 집과 아파트 등 주거 공간은 더 넓은 곳을 원하고 있다.
역사는 이번 세기를 ‘고립의 세기’라고 규정할 지 모른다. ‘집돌이’ ‘집순이’ 현상은 필연적으로 고립과 소외를 부른다. 정신은 물론 육체적인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 집 밖에서 보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과 방법의 개발이 긴요한 이유다. 은퇴한 시니어들에게는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