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역 원인은 영양실조, 백신은 자폐증 유발?…전문가들 “근거無”

Devonay Pena comforts her 13-month-old daughter, Jaqi Herrera, after Herrera received her first dose of the MMR vaccine at the City of Lubbock Health Department in Lubbock, Texas, U.S. February 27, 2025. Pena’s daycare urged their attendants to receive the vaccine after a measles outbreak in Lubbock. REUTERS/Annie Rice

“영양 섭취 충분해도 중증 가능성…2차 접종 완료해야”

홍역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홍역의 원인은 영양실조’라거나 ‘홍역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예방접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6일(한국시간) 세계보건기구(WHO) 등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전역의 홍역 환자는 약 33만명으로, 2022년(약 17만명)과 2023년(약 32만명)에 비해 늘었다.

미국에서도 10여년 만에 최대 규모의 홍역 유행이 일어 200명가량이 감염되고 텍사스·뉴멕시코주에서 2명이 숨졌다.

이런 와중 ‘백신 음모론자’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 장관은 “텍사스 서부 지역은 일종의 ‘식품 사막'(신선한 음식을 구매하기 어렵거나 비싼 지역)이다. 텍사스 홍역 유행은 영양실조 탓”이라면서 백신의 위험성이 과소평가됐다는 소신도 피력했다.

그는 과거에도 홍역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식의, 의학적 근거가 미약한 주장을 펼쳐왔다.

국내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장엔 근거가 없다고 지적한다.

은병욱 노원을지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홍역의 정확한 원인은 홍역 바이러스로, 영양 섭취가 충분해도 감염될 수 있으며 영양실조가 상태 악화 가능성을 높일 수는 있겠지만 건강한 사람도 얼마든지 감염 후 중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 교수는 “2000년쯤 우리나라에서도 아동을 중심으로 홍역이 5만명 규모로 대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국내에 영양실조 아동 비율이 높았던 건 아니었다”며 “이후 적극적으로 2차 접종을 실시해 홍역 퇴치국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은영 충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도 “예방접종을 받지 못한 경우 평소 영양 상태가 나쁘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홍역 바이러스에 감염돼 폐렴이나 뇌염 등의 중증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며 “홍역 백신은 굉장히 효과가 좋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홍역 백신과 자폐증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이미 오래전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진 주장”이라며 “MMR(홍역-볼거리-풍진) 백신을 포함해 예방접종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근거는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코로나19 대유행 시 전 세계적으로 예방접종률이 감소했고 방역이 풀린 이후 홍역이 확산한 면이 있다”고 유행 원인을 추측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 홍역 환자는 지난해에 49명, 올해는 이달 6일 기준 16명 발생했다. 우리나라는 2014년에 WHO로부터 ‘홍역 퇴치 인증’을 받았지만 해외 유행에 따라 유입 환자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해외여행 전 백신 접종과 이후 증상 감시를 강조한다.

은 교수는 “홍역의 전염성은 공기 전파 감염병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유행국 여행 전 반드시 2차 접종을 완료해야 한다. MMR 백신은 12개월 이후 접종이 가능하지만, 6∼12개월의 경우 미리 한 번 가속접종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조 교수는 “귀국 후에는 미열이나 발진 등의 증상을 간과하지 말고 꼭 의료기관을 방문해 여행력과 증상을 알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양진선 질병청 감염병관리과장은 “최근 국내 환자 중에는 베트남에서의 유입이 많다”며 “접종력이 없는 사람이 유행국 여행 계획이 있다면 출국 6주 전 1차, 2주 전 2차 접종을 완료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 “6∼12개월 미만 가속 예방접종은 무료이며, 격리 치료 후 홍역 확진을 받으면 치료비도 지원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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