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vs 푸틴’ 누가 먼저 굽히나…우크라 휴전 줄다리기

영국의 친우크라이나 시위대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트럼프 회유에도 푸틴 ‘원칙적 동의’ 입장만 밝히며 시간끌기

미국도 압박카드 적어…BBC “양립 불가능한 두 주장 맞서는 중”

우크라이나 휴전안을 둘러싸고 중재국인 미국과 침략국 러시아 사이에 ‘밀고 당기기’가 이어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BBC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이 제안한 ’30일 휴전안’에 우크라이나가 동의한 지 사흘이 지났으나 여전히 협상 타결 가능성은 안갯속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휴전 추진에 합의한지 하루 만인 12일 군복 차림으로 격전지 쿠르스크를 방문했다. 이어 이튿날에는 휴전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역으로 러시아의 요구 조건을 늘어놓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 러시아의 대응을 ‘긍정적이지만 완전하지는 않다’고 평가한 데 이어 이날은 푸틴 대통령과 생산적인 대화를 했다며 “우크라이나 군인 수천 명의 목숨을 살려달라 요청했다”고 공개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공감한다”면서도 우크라이나군의 생명을 보장하려면 무장해제와 항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국이 한편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재개하며 러시아를 압박하고 한편에서는 쿠르스크에서의 수세를 인정하며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을 회유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원칙적 동의’를 밝히는 이상으로 나아가지 않은 채 뜸을 들이는 모양새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전쟁을 계속하고자 하는 단 한 사람에게 강한 압박을 할 필요가 있다”고 미국의 조치를 촉구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의지의 연합’ 화상회의를 준비하면서 “(푸틴 대통령이) 평화에 진지하지 않다”고 비판하며 러시아가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서방 동맹이 경제적 압박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압박에도 러시아가 쉽사리 협상에 응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우선 빼앗긴 쿠르스크 영토를 이미 상당 부분 탈환하는 등 약화한 우크라이나군을 상대로 주요 전선에서 승전고를 울리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신속한 휴전에 동의할 이유가 없다는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더구나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영토 수복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등을 배제함으로써 주요 협상 카드를 포기한 채 ‘신속한 전쟁 종식’만을 목표로 휴전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도 러시아를 더 대담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다.

푸틴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들어 주는 시늉만 하며 전선을 전진시킴으로써 실리를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선임 정치학자 새뮤얼 채럽은 FT에 “굳이 나쁜 결과를 감수하고 ‘절대 안 된다’고 말할 이유가 없는데, 그렇게 하겠느냐”며 “러시아 입장에서는 대화하는 중에도 전투를 계속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더 넓은 정치적 과정을 휴전에 연계시키려 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미국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러시아유라시아센터의 알렉산더 가부에프 소장은 휴전 기간 유럽의 평화유지군이 우크라이나에 주둔하게 되면 러시아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며 “러시아 입장에서 우크라이나를 자유롭게 해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이런 러시아의 태도를 바꿔 휴전에 응하게 할 열쇠를 쥔 것은 미국이다.

여전히 미국이 압박을 강화하는 것은 러시아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나 러시아산 원유·가스 수입국에 대한 제재,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적인 군사·정보 지원 등이 대표적인 미국의 압박 카드로 꼽힌다.

러시아의 정치학자 안드레이 콜레니스코프는 미국이 세계 석유 가격에 하방 압력을 가함으로써 에너지 수출에 의존하는 러시아의 돈줄을 죌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양보’를 전제하고 협상을 시작한 데다, 러시아 내의 전쟁 지지 여론이 푸틴 대통령을 떠받치고 있다는 점에서 압박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BBC는 “‘마이웨이’에 익숙한 두 지도자가 양립할 수 없는 주장을 하며 맞서고 있다”며 “누가 먼저 굽힐지, 미국의 ‘조심스러운 낙관론’에도 휴전 전망은 오리무중”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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