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정치 가문인 케네디가(家)가 18일(현지시간) 올해 대선에서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같은 가족이지만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민주당 지지층을 흡수해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어부지리를 얻는 것만큼은 막으려는 행동으로 분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오늘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마틴 루서 킹 레크리에이션 센터’에서 개최한 유세에서 케리 케네디 등 로버트 F. 케네디의 자녀들이 무대에 올라 바이든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

케네디가는 제35대 미국 대통령인 존 F. 케네디, 그의 동생이며 법무부 장관과 상원의원을 지낸 로버트 F. 케네디 등 민주당 거목들을 배출한 명문가다.

이번 대선에서 당연히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로버트 F. 케네디의 아들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해 가문에 ‘분란’을 일으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을 막기 위해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해야 하는 상황에서 케네디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고령 유권자 등이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를 지지해 민주당 표심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여동생인 케리 케네디는 이날 행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내 아버지와 삼촌이 옹호했던 모든 권리와 자유를 위해 싸우는 투사”라면서 “케네디가는 조 바이든을 대통령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케리 케네디는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2024년에 승리할 가능성이 있는 후보는 두 명뿐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난 도널드 트럼프의 터무니없는 거짓말과 행동이 내 아버지인 로버트 F. 케네디 상원의원을 얼마나 경악하게 했을지 상상만 할 뿐”이라며 “아버지는 오늘 바이든 대통령이 하는 것처럼 평등한 정의, 인권, 부족함과 두려움으로부터의 자유를 옹호했다”고 말했다.

AP통신은 케네디가에서 최소 15명이 바이든 지지를 표명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선거가 6개월도 더 남은 시점에 이처럼 케네디가의 지지를 과시한 것은 무소속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후보의 출마를 심각하게 여긴다는 징후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케네디가의 지지에 감사를 표하고서 자신이 정치를 하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내 유일한 정치 영웅 두 명”이 불과 수개월 간격으로 사망한 게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과거에도 자주 언급했던 두 명은 마틴 루서 킹 목사와 로버트 F. 케네디로 각각 1968년 4월과 6월에 암살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4년 대선은 미국에 대한 근본적으로 다른 두 비전에 관한 것으로 도널드 트럼프의 비전은 분노와 증오, 복수와 응징”이라면서 “내 비전은 희망과 낙관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케네디가는 이날 지지 선언 전에도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케리 케네디 등 케네디 일가 30여명이 지난 3월 17일 백악관에서 열린 ‘성 패트릭의 날'(아일랜드 성직자였던 패트릭의 기일인 3월17일 열리는 종교 축제) 행사에 참석해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케네디가의 이날 바이든 지지 선언에 대해 “자신을 케네디 전통의 진정한 계승자로 내세우려고 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무소속 후보에 대한 질책”이라고 평가했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자기 가족에 대해 “우리가 생각에서는 갈리지만, 서로에 대한 사랑에서는 하나다”라면서 자신의 출마는 “미국을 치유하는 게” 목적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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