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해병대 수사단의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조사기록 이첩 사실을 보고받은 직후 군검찰에 항명 사건 수사를 직접 지시했고 사건 기록 회수도 이에 따라 이뤄졌다는 입장인 것으로 파악됐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형사입건과 기록 회수 등이 자신의 지휘 아래 이뤄졌음을 인정하는 동시에, 따라서 대통령실 등 윗선의 개입은 없었다는 주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18일(이하 한국시간)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은 우즈베키스탄 출장 중이던 지난해 8월 2일 사건 기록의 이첩 직후 과정을 이같이 기억한다고 주변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장관은 당시 한국 시각으로 오전 11시께 박 전 단장이 이첩 보류 지시를 어기고 경북경찰청에 사건 자료를 넘기러 갔다는 사실을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의 연락을 받은 박진희 군사보좌관으로부터 보고받았다고 한다.
이에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전화로 상의한 뒤 국방부 검찰단장에게 전화를 걸었고 항명 수사 필요성이 있다는 보고를 받은 뒤 수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게 이 전 장관 측 설명이다.
곧이어 김 사령관에게 연락해 박 전 단장에 대한 인사 조처를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신범철 국방부 차관에게는 수사에 관한 자신의 지시 사항을 철저히 챙기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런 지시는 오전 11시부터 정오를 조금 넘어서까지 차례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약 1시간여 동안 해외에서 긴박하게 국내 상황을 보고받고 자신의 판단에 따라 후속 조치를 지시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전 장관 측은 이런 지시에 위법성도 없다는 입장이다.
해병대 수사단이 장관의 이첩 보류 명령을 어기고 경찰에 넘긴 채상병 사건 기록은 ‘항명 사건’의 증거물이므로 군검찰이 회수한 것이 문제 될 게 없다는 것이다.
‘사건 기록 회수’ 부분은 ‘이첩 보류 지시’와 함께 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에서 이 전 장관의 직권남용 여부를 다투게 될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이 전 장관을 변호하는 김재훈 변호사는 전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국방부 검찰단은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항명 수사에 착수하면서 이첩을 위한 사건 조사 자료를 아직 정식으로 접수하지 않은 경북경찰청으로부터 회수했고, 이는 국방부 검찰단 수사의 증거 자료 확보 조치로 경찰과 협의해 이뤄졌다”며 회수의 정당성을 주장한 바 있다.
김 변호사는 해당 의견서에서 “조사 자료 회수는 이 전 장관이 귀국 후 사후 보고 받는 과정에서 알게 된 사안이기는 하나 국방부 검찰단 역시 이 전 장관의 지휘를 받는 국방부 소속 조직이므로 그 사건 조사 자료 회수를 이 전 장관의 행위로 평가해도 좋다”고도 언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장관도 모르는 사이 기록 회수가 이뤄졌다면 윗선인 대통령실이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만 김 변호사는 이날 통화에서 “(대통령실의 지시를 받은 게 아니라) 이 전 장관이 항명 수사와 인사 조치 검토를 직접 지시한 것”이라며 “기록 회수는 일일이 보고받지 않았지만, 항명 수사를 지시했으면 증거물을 확보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군이 채상병 사건에 대한 수사권을 갖지 않으므로 ‘수사 외압’ 구조가 성립하지 않으며, 국방부 장관은 사건의 이첩 여부를 결정할 권한을 가지므로 이첩 보류 지시를 내린 것도 정당한 업무 활동이었다는 입장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