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4·10 총선에서 참패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민심에 부응하는 수습책의 방향성조차 제시하지 못한 채 혼란을 겪는 모습이다.

윤재옥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대행으로서 초선 당선인과 원로 등의 의견을 두루 들으며 수습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여당이 내놓은 얼개는 실무형 비대위를 구성한 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선출하자는 일정 정도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사퇴 이후 구심점을 잃은 여당 전체가 좌표를 설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다 대통령실과 당, 정부를 아우르는 인적 쇄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새 국무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을 둘러싼 ‘용산발(發) 인선 혼란’까지 더해지면서 여권의 난맥상만 더 드러나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당 안팎에선 집권여당이 치른 역대 총선 ‘최악 참패’를 기록하고 윤석열 정부가 5년 내내 여소야대(與小野大) 상황에 놓이게 됐는데도 여당이 ‘정신을 못 차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수도권 당선인들과 ‘비주류’를 중심으로 이런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천 동·미추홀을 윤상현 당선인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총선 참패와 보수 재건의 길’ 세미나를 열고 “우리는 집권여당 사상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참패를 했다. 그런데 지금도 위기가 위기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게 우리 당의 위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권 교체를 열망하면서 우리에게 표를 준 유권자들을 실망시킨 것에 대해 반성하고 사죄하고 자성하고, 패배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역동적인 모습이 하나도 안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울 도봉갑 김재섭 당선인은 “지난번에 한 번 져 놓고 이번에도 또 비슷하게 지니 이게 뭔가 익숙한 것처럼 ‘크게 지지는 않았네’라는 생각이 내부에 드는 것 같아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어떻게든 당이 잘 돼야 대한민국과 정부가 산다는 처절한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당선자 총회 때는 첫인사이긴 했지만 그런 정도의 처절함이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정이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 진실 규명, 김건희 여사 논란에 대한 사과 등 후속 조치를 바로 진행하고 총선 패배 원인을 제대로 규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잇따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힘으로 옮겨 총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이상민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채상병 건은 실체 규명을 해야 한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사건도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며 “자꾸 질질 끄니까 이게 누적돼서 큰 화를 자초하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런 지적들에 대해 ‘당이 할 일을 차분히 하고 있다’, ‘수습하는 과정이기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반론도 있다. 주로 지도부나 영남권 인사들의 의견이다.

한 지도부 인사는 “원로들 의견도 듣고 초선 오찬도 하고 오늘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어 국민의미래와 합당도 한다”며 “겉보기엔 답답해 보일 수 있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들, 할 수 있는 일들은 하루도 쉬지 않고 다 해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영남권 초선 당선인은 “혼란기에 리더가 떠나 과부하가 걸린 것은 맞지만, 지금은 승자의 시간이기에 패자들의 반성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며 “선거에서 진 사람들의 의견도 듣고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게 필요하다. 그런 과정 중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희용 수석대변인은 윤상현 당선인 주최 세미나에서 나온 의견들에 대해 “총선 결과를 두고 다양하게 여러 분석을 할 수 있고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며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이 다양한 목소리 중 하나라고 참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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