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싸고 의정 갈등이 두 달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립대 총장들이 내년도 의대 신입생을 뽑을 때 증원 규모를 탄력적으로 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달 말까지 2025학년도 대입 전형 시행 계획을 변경해야 하는데 정원을 줄여서라도 의정 갈등 여파로 인한 대입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대학발 증원 조정 요구가 의정 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강원대·경북대·경상국립대·충남대·충북대·제주대 등 6개 국립대 총장은 18일 “2025학년도 대학 입학 전형의 경우 대학별로 자체 여건을 고려해 증원된 의과대학 정원의 50%에서 100%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이들은 총장 명의 건의문에서 “2025학년도 대입 전형 일정과 관련해 남은 시간이 길지 않아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6개 대학 총장이 건의문을 낸 것은 2025학년도 대입 전형 일정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의대 2000명 증원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총장들은 “정부는 2025학년도 대학 입학 전형 시행 계획 변경 시한이 이달 말로 도래함을 직시하고 의대 정원이 증원된 대학들의 순조로운 대학 입학 전형 시행 계획 변경을 위해 조속히 결단해줄 것을 적극적으로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국립대 총장들의 증권 규모 조정 요구로 두 달째 이어진 의정 갈등 분위기가 반전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다음 주 전격 출범할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에 대한 기대감 또한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의료개혁특위에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물론 의대 교수 단체, 병원협회, 간호사협회, 환우회 등 보건의료 관계자와 소비자들까지 폭넓게 참여시킨다는 방침이다. 의협과 대전협의 참여가 아직 불투명하지만 일단 의료계 이해관계자들을 최대한 동참시켜 특위를 구성하고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우선 정부는 ‘개문발차’ 형태로 특위를 추진한다는 계획인 가운데 의대 증원의 핵심 당사자인 대학 총장들이 먼저 증원 규모의 조정을 요구하면서 분위기가 바뀔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줄곧 의료계가 “의학 교육의 질이 낮아질 수 있다”고 강력 반대 의사를 표명해온 만큼 정부와 의료계 간 정원 문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필수의료 폐지 등 세부 추진 계획을 협상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총선을 치른 지 1주일이 지났음에도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가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의정이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길어지는 의료 공백 사태로 병원과 환자들이 보는 피해가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지만 사태의 핵심 주체들은 의대 증원 문제를 두고 지루한 샅바 싸움만 계속하고 있다.실제로 이날 암 치료를 위해 서울아산병원 암병동을 찾은 40대 암 환자 김 모 씨는 “다음 달 수술 예정인데 혹시라도 미뤄질까 봐 걱정돼서 잠도 못 자고 있다”며 “정부와 의사들이 협의체에서 논의를 한다고 하는데 부디 잘 해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정부는 이날에도 의료 개혁이 ‘반드시 필요한 과제’라고 강조하며 흔들림 없이 완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의료 개혁은 지역·필수의료를 강화하고 미래 의료 수요에 대비하는 등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그는 의료 개혁에 대해 “근무 여건을 개선하고 의료 시스템을 혁신하는 것”이라며 “그간 의사 단체에서 제안한 개선 방안과 다르지 않으므로 대화의 자리에 나와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함께 논의해나가자”고 말했다.하지만 의료계는 물러서지 않을 뿐 아니라 대화 형태도 정부와 ‘1대1’로 이뤄져야 한다며 부정적이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분은 대통령이다. 의대 증원을 멈추고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구에서 새로 논의할 수 있도록 방침을 바꿔달라”고 밝혔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도 “의료계 단일안은 처음부터 변함없이 의대 정원 원점 재검토였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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