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진출 한국기업들도 ‘관세 불확실성에 몸서리’

담소 나누는 기아 멕시코 공장 직원들 (페스케리아=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6일(현지시간) 멕시코 누에보레온주 페스케리아에 있는 기아 멕시코 공장 출입구 인근에서 직원들이 대화하고 있다. 2025.3.7

멕시코 ‘산업 수도’ 누에보레온州 가보니…’트럼프 포비아’ 긴장 지속

법인 설립 10년차 기아 멕시코 “시나리오별 대응책 점검”…판매처 확대 잰걸음

가전 업계도 불안감…예측 불가 경영 전망에 협력업체 10곳 안팎은 “짐 쌀 수도”

 ‘멕시코 산업 수도’라고 불리는 미국 접경 누에보레온주(州) 몬테레이 국제공항 주변에는 6일(현지시간) 희뿌연 먼지가 아침부터 적지 않게 날렸다.

“며칠 전부터 지역 곳곳에서 산불이 이어졌다”고 말하는 택시 기사는 이따금 워셔액을 뿌려가며 앞 유리를 닦았다.

잔뜩 흐린 시야 속에 20여분을 달리니 올해 설립 10년 차를 맞은 기아 멕시코 공장(생산 법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축구장 700개 규모(약 499만㎡) 부지에 들어선 기아 멕시코는 몬테레이 외곽 도시인 페스케리아의 명실상부한 ‘대장 업체’다.

기아 멕시코 진출을 계기로 페스케리아 인구가 2015년 2만843명에서 최근 15만명(2023년 추산)까지 늘어났을 만큼 현지에서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일대 도로명에는 ‘기아’ 또는 ‘기아 모터스’라는 이름이 붙었고, 일각에서는 페스케리아를 ‘페스코리아’ 또는 ‘페스케기아’라고 부를 정도다.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현대트랜시스, 성우하이텍 등 유관 업체를 비롯해 이 일대 협력업체만 100곳(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추계) 안팎에 이른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 각축장으로 변한 멕시코에서 ‘빅3’ 미국계 브랜드(제너럴모터스·스텔란티스·포드) 및 일본·중국계 회사들과 경쟁하며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 중인 기아 멕시코와 이 일대 업체에는 그러나 최근의 ‘호성적’에 따른 성취감보다는 묘한 긴장감이 배어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기아 관계자는 “누구나 짐작하듯 이유는 단 하나,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정책 때문”이라고 말했다.

멕시코 자동차 업계는 이날의 몬테레이 일대 날씨만큼이나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트럼프의 ‘오락가락 관세 발언’에 노출돼 있다.

“어제 오후, 오늘 오전, 오늘 오후에 관세 관련 내용이 바뀌는 것 같다”는 기아 한 협력업체 측 하소연처럼 트럼프 정부의 일관성 없는 관세 정책에 업계 ‘공포감'(포비아)은 더할 나위 없이 커져 있다.

트럼프 정부는 이날도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제품 중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적용 품목에 대해서는 내달 2일까지 ‘25% 관세’를 면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전날 멕시코·캐나다산 자동차에 대해 1개월간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한 데 이어 아예 면제 적용 대상을 확대했다는 뜻이다.

회사명까지 익명을 요구한 한 자동차 부품업체 관계자는 “당연히 관세 부과보다는 유예가 더 낫지만, 지금으로선 예고한 날에 차라리 관세를 매기는 게 속 편한 것 아니냐는 자학적 의견이 나올 정도”라며 “기업 경영에서 가장 나쁜 건 불확실성이라는 점을 여실히 체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자동차협회(AMIA)에 따르면 멕시코에서는 지난해 396만4천12대의 자동차가 생산됐는데, 이 중 70%가량이 미국으로 향했다.

총생산량 대비 미국 수출량 비중이 높은 업체들을 보면 포드(93%), 도요타(93%), 혼다(88%), GM(84%), 스텔란티스(75%) 등이 상위권에 올라 있다.

K3·K4 등 지난해 27만여대의 차량을 생산했고, 이 중 60% 이상을 수출한 기아 멕시코는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수시로 점검하며 미국과 멕시코 정책 변화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관세 부과로 미국으로의 수출에 일부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판매처 다각화에도 주력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기아 멕시코 관계자는 “멕시코내 딜러 거점을 확대하는 한편 유럽 등으로 수출지를 다변화 하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며 “2천500여명의 직원이 안전한 환경에서 작업하면서 협력사와 동반 성장을 할 수 있도록 필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LG전자와 그 협력업체들 역시 ‘관세 현실화’를 염두에 둔 채 멕시코 생산 기지에서의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다듬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마진율을 보이는 가전과 TV 분야 피해가 클 것으로 본다.

예컨대 ‘많이 팔아야만 하는’ 플라스틱 사출성형·조립공정 사업체의 경우엔 마진이 특히 작은 편인데, 해당 업체 중 10여곳은 ‘멕시코 탈출’까지 저울질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일부 업체는 ‘미국 중간선거’가 치러지는 2026년 하반기를 생산지 이전 여부 판단을 위한 시점으로 잡고 있다고 한다.

이는, 예컨대 ‘여소야대 지형이 만들어질 경우 미국 정부가 관세 무기화 드라이브를 걸 수 없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방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USMCA 이행사항을 내년까지 점검해 손질해야 한다는 시간표도 고려 대상으로 여겨진다.

멕시코 최대 한인 로펌으로 꼽히는 문두스 아페르투스(문두스)의 엄기웅 대표 변호사는 “미국 상황에 따라 멕시코라는 국가의 활용도는 우리 기업 입장에서 더 커질 수 있다”며 “지금 멕시코를 떠날 경우, 다시 돌아오는 것은 몇 배의 비용이 더 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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