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안보 보장안 두고 대국민 연설…”전략적 대화하기로 결정”
국방비 증액 필요성 강조…”세금 인상은 없을 것”
전후 유럽 평화유지군 관련 “내주 관련국 참모총장들 회동”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유럽이 러시아의 잠재적 위협에 맞서 스스로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며 “유럽의 동맹국 보호를 위한 핵 억지력에 대해 전략적 대화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밤 여러 TV 채널을 통해 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와 프랑스, 유럽인의 안전을 위해 지체 없이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어떤 일이 일어나든 그 결정은 군 통수권자인 공화국 대통령의 손에 달려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단언했다.
앞서 독일의 차기 총리 후보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는 미국의 핵 보호 없이도 유럽이 스스로 방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유럽의 두 강대국인 영국, 프랑스와 함께 핵 공유, 또는 최소한 두 나라의 핵 방위가 우리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르츠 대표의 이 제안에 오래전부터 유럽을 위한 ‘프랑스 핵우산론’을 주장해 온 마크롱 대통령이 적극 화답하면서 관련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조짐이다. 다만, 프랑스 정치권 내부, 특히 극우 국민연합(RN)은 프랑스의 핵 억지력은 프랑스를 위해서만 써야 한다는 입장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연설에서 “미국이 우리 편에 남아있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며 유럽의 국방력 증대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는 군비를 계속해서 증강하고 있으며, 이 목적으로 예산의 40%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멈출 것이라고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라며 “따라서 이 위험한 세상에 직면해 구경꾼으로 남아있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긴급 정상회의에서 “결정적인 조처를 할 것”이라며 “회원국들은 재정 적자 계산에 포함되지 않고도 군사비를 늘릴 수 있게 되고, 유럽 땅에서 유럽산 무기를 구매하고 생산하기 위해 대규모 공동 자금이 결정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차원에서도 “위협의 진화를 감안할 때 새로운 예산 선택과 필수적인 추가 투자를 해야 할 것”이라며 다만 “세금을 인상하지는 않겠다”고 약속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가 항복할 수는 없고, 너무 취약한 휴전 협정이 이뤄져서도 안 된다”며 지속 가능한 평화 협정 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단 평화 협정이 체결되면 우크라이나가 다시 러시아의 침략을 받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며 그 방안으로 “유럽 연합군의 배치도 포함될 수 있다”고 평화유지군 구상을 거듭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평화가 완전히 존중되도록 보장하기 위해 그곳에 있을 것”이라며 “다음 주부터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을 맡고자 하는 국가의 참모총장들과 파리에서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의 자강을 위해선 “경제적 수준에서도 노력해야 한다”며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한 것처럼 유럽 상품에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 행정부의 이 결정을 “미국 경제와 우리 경제 모두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하며 관세 부과를 막기 위해 “미국 대통령을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연설 후 EU 회원국 중 대표적 친러 성향의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와 회담에 들어갔다.
마크롱 대통령은 6일 EU 긴급 정상회의에서 EU 차원의 결정에 딴지를 걸 것으로 예상되는 오르반 총리를 설득하기 위해 이날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