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보다 싫은 일론 머스크

트럼프와 머스크 [로이터]

정숙희의 시선-한국일보 논설위원

요즘 주는 거 없이 얄미운 인간이 하나 있다. 민간인도, 공무원도, 정치인도, 심지어 공화당원들도 모두 눈을 흘기는 일론 머스크.

독재자 행보로 연일 미국과 세계를 뒤집어놓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 싫다는 사람들이 많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던가. 적절한 비유는 아니겠으나 아무튼 딱 그런 시선이 백악관에 쏟아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53)가 누군가. 모두 알다시피 테슬라, 스페이스X, 스타링크, 뉴럴링크, X(트위터) 등 초거대기업을 하나도 아니고 여러 개 보유한 수퍼 기업인이며 천문학적 부를 가진 세계 제일의 부자다. 그런 사람이 갑자기 워싱턴 정치판에 나타나 미국을 쥐락펴락하고 있으니, 일반국민들도 어리둥절하지만 주변 참모들의 불만도 날로 커져가고 있다.

머스크는 트럼프의 취임 이후 대통령 집무실은 물론 정권인수팀 회의와 내각회의에까지 참석하면서 트럼프와의 브로맨스를 과시하고 있는데, 선을 넘는 내정간섭에 ‘공동 대통령’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문제는 그가 워낙 튀는 캐릭터에 기행을 일삼는 ‘관심종자’인지라 백악관에서 아들을 무동 태우고 다니는가 하면 전기톱을 들고 나와 칼춤을 추는 등 별난 행동으로 미디어의 스팟라잇을 즐기는 모습이 눈살 찌푸려진다는 점이다. 아무도 제지하지 못하는 머스크의 안하무인 후안무치는 지난 대선 때 트럼프를 위해 무려 2억8,800만 달러를 쓰고 나서 얻은 값비싼 전리품이다.

재미있는 것은 트럼프와 머스크가 원래 상극이었다는 사실이다. 화석연료 개솔린 자동차를 선호하는 트럼프는 전기차는 차도 아니라며 전기차 산업에 혜택을 주면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머스크는 트럼프는 너무 늙었으니 은퇴하라고 했고, 트럼프는 머스크가 허풍쟁이라며 소셜미디어에서 치고받을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당연히 머스크는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을 지지했다. 그런데 바이든이 대통령이 된 후 머스크는 뒤통수를 맞고 분노하게 된다. 바이든이 전기차 기업 총수들을 백악관으로 초대하여 회동을 가졌을 때 가장 큰 기업인 테슬라를 쏙 빼고 군소업체들만 불렀던 것. 당시 바이든은 민주당과 노조의 눈치를 보느라 노조가 없는 테슬라를 초대하지 않았던 것이지만 머스크 입장에서는 배신감을 느끼는 것이 당연했다.

여기에 그가 결정적으로 민주당에 등을 돌린 이유는 그의 아들 중 한명이 딸로 성전환수술을 하고 절연해버린 사건 때문이었다. 머스크는 자녀의 성정체성을 부모에게 말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 등 성소수자를 옹호하는 민주당의 워크(woke) 바이러스가 아들에게 악영향 미쳤다고 판단, 진보 진영에 완전히 등을 돌렸다.

이후 친지 소개로 마러라고에 드나들며 트럼프와 친분을 튼 머스크는 작년 7월13일 트럼프의 암살시도 피격사건 직후 공개지지를 선언했다. 그 즈음 대선 상황은 바이든이 사퇴하고 카말라 해리스가 후보로 나서면서 민주당의 지지율이 치솟았고, 트럼프 캠프는 선거자금이 바닥나 위기에 처해있었다. 또 트럼프는 4건의 형사기소에 따른 법률비용 부담이 엄청나서 억만장자의 지원이 절실했던 시점이다. 그때 세계 1위 갑부에다 X(트위터) 팔로워가 2억 명이 넘는 영향력을 가진 머스크가 넝쿨째 굴러들어온 것이다.

트럼프는 든든한 지원군을 얻었고, 그에게 올인한 머스크는 11월 대선에서 함께 잭팟을 터뜨렸다. 워싱턴포스트는 대선 이후 테슬라 주가가 치솟고 인공지능 스타트업 xAI의 기업가치가 두 배나 뛰어오르면서 머스크의 자산이 1,700억 달러가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황금동아줄을 잡은 확실히 남는 장사였다. 그뿐인가. 앞으로 트럼프 정부는 기업의 규제를 줄이는 정책을 펼쳐나갈 계획이므로 자율주행기술과 인공지능에 테슬라의 미래를 걸어온 머크스로서는 트럼프에게 올인한 것이 일석삼조의 투자에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까지 얻은 신의 한수였던 것이다.

트럼프는 너무나 고마웠던 그에게 미국 행정부 역사상 존재하지 않았던 특별직위를 하사했다. 선출직도 아니고, 상원인준도 필요 없으며, 누구의 간섭이나 감시도 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정부효율부’(DOGE) 수장이 된 것이다. 처음에는 비벡 라마스와미와 함께 공동수장을 맡았으나 그가 오하이오 주지사에 출마하면서 DOGE는 자연스럽게 머스크의 단독 놀이터가 됐다.

트럼프 행정부 합류 이전부터 미국정부는 과감한 개혁을 통해 관료주의를 해체하고 지출을 줄여야한다고 주장해온 머스크는 지난 한달 반 동안 인정사정없는 공무원 해고의 피바람을 일으켜왔다. 하지만 ‘정부효율부’가 얼마나 효율적인지에 대해서는 긍정보다 부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각 부서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무대뽀 인력감축으로 주요업무와 기능이 마비되고 실업률만 오른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와 머스크라는 예측 불가능한 두 인간의 동행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머스크는 무한한 권한을 위임받았지만 책임은 결코 지지 않는다. 일이 잘못되면 그는 어깨 한번 으쓱인 후 물러날 것이고, 그 책임은 모두 트럼프와 공화당 정부의 몫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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