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상 수용 때까지 모든 군사원조 보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모든 군사 지원을 전면 중단하도록 지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3일(현지시간) 익명의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도부가 “평화를 위한 성실한 약속”을 입증할 때까지 모든 군사 지원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현재 비행기나 선박으로 운송 중인 무기뿐 아니라 폴란드 등 제3국에서 인도를 기다리고 있는 모든 물자의 이전이 중단된다.
백악관 관계자는 AFP통신에 “대통령이 평화에 집중하고 있음을 명백히 했고, 우리는 파트너들이 그 목표에 전념하길 원한다”며 “원조가 해결에 기여한다는 것을 확실히 할 때까지 원조를 중지하고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와의 충돌 후 강경 대응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의 최근 외교적 충돌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백악관을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자신의 종전구상을 제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천연자원과 인프라 수익의 절반을 미국-우크라이나 공동 기금에 투입하는 광물협정을 추진하고, 미국의 안전보장 없이 러시아와의 조속한 종전을 요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자 트럼프는 “합의하지 않으면 우리는 빠질 것이며, 당신은 홀로 싸우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 능력 위기
미국의 군사 지원 중단은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에 심각한 타격을 줄 전망이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제공한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이나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 등 러시아 영토를 직접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공중방어시스템 등 후방 보호 능력도 크게 약화될 수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전쟁에 사용하는 군사 장비의 55%를 자체 생산하거나 조달하고, 20%는 미국, 25%는 유럽이 지원하고 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마이클 코프먼 선임 연구원은 “유럽의 지원을 고려하더라도 올해 중반에는 우크라이나가 전쟁 수행 능력을 크게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마지막으로 직접 무기를 지원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지난해 12월 30일이었으며, 당시 공중방어시스템과 스팅어미사일 등 12억2천만 달러(약 1조8천억 원) 상당의 무기를 제공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우크라이나가 미국 방산업체와 계약할 때 제공하던 군사자금 지원도 중단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