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젤렌스키 파국’ 수습나선 유럽…자체 평화구상 통할까

우크라이나 안보 정상 회의 참석한 유럽·캐나다 정상들 [로이터]

우크라전 ‘유럽안’ 美에 제안키로… ‘의지의 연합’ 결성도 추진

공개적 충돌로 세계에 충격을 안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백악관 회담 이후 유럽이 “역사의 갈림길”에 섰다며 뒷수습에 총력을 쏟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적으로 나서 우크라이나 평화 계획을 미국에 제시하고 전후 우크라이나 안보에도 주도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이 군사 지원에서 손을 떼면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안보를 위한 유럽 주요 정상 회의를 주재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우리는 역사의 갈림길에 섰다”며 프랑스와 함께 우크라이나에서 “싸움을 멈출” 방안을 세워 미국에 제시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이는 유럽의 관점을 담은 합의를 만들어내겠다는 뜻으로, 그렇게 되면 미국이 우크라이나 및 유럽을 배제한 채 러시아와 추진 중인 종전 협상에 대해 균형을 잡아줄 수 있는 것이라고 일간 가디언은 짚었다.

스타머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가져올 협상이 타결되면 역시 영국과 프랑스 주도로 이를 수호할 ‘의지의 연합’을 결성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이날 회의에서 ‘다수 국가’가 참여 의사를 내비쳤다고도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 스타머 총리의 바로 옆자리를 지킨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르피가로와 인터뷰에서 프랑스와 영국이 한 달간의 휴전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 국가에 국내총생산(GDP)의 3~3.5% 수준으로 방위비를 증액할 것을 제안한다고도 말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에 자력 안보를 압박하면서 GDP 5% 수준의 방위비 증액을 요구한 데 대한 반응이다. 이날 정상 회의에서도 더 많은 국가가 방위비를 증액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전했다.

유럽 정상들이 이같이 자력 안보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당장 안보 자립을 이루겠다는 것보다는 트럼프 행정부에 내밀 ‘카드’를 마련하기 위한 것에 가까워 보인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수십 년간 영국의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이었고 지금도 그렇다”면서 “‘의지의 연합’은 미국과 협력하는 계획이라는 데 바탕을 두며, 이는 미국의 지지를 얻을 것이고 이에 목적을 둔다”고 말했다.

스타머 총리가 꺼낸 ‘의지의 연합’이라는 표현부터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2003년 조지 부시 미 행정부가 이라크 침공 때 쓴 표현으로, 당시 영국은 ‘의지의 연합’에 참여해 미국 외 최다 병력인 4만5천명을 참전시켰다.

당시 31개국이 부시 대통령에게 지지를 표명해 연합에 참여했고 침공 후에는 38개국으로 늘어났다.

가디언은 “미국 외교·국방 공동체에 ‘우리가 여러분을 도왔으니 호의를 되돌려달라’고 상기시키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며 “스타머 총리는 38개국까지 확보는 못하겠지만, 트럼프의 미국이 의지를 가진 국가에 포함되기를 절실히 바랄 것”이라고 전했다.

유럽이 대책 마련에 분주하지만, 미국에서는 이렇다 할 긍정적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다.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및 러시아와 협상을 할 수 있는 우크라이나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정권 교체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영국과 프랑스 주도의 평화 구상에서 복병은 유럽 대륙 내에 있을 수도 있다.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의지의 연합’에 합류하겠다고 제안하지 않은 국가 중에는 독일과 스페인, 폴란드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의 입장이 반영된 협상안을 미국이 받아들인다고 해도 이를 러시아가 받아들일지는 또 다른 문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러시아가 이를 수용하겠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스타머 총리는 “협상 마지막에는 러시아가 관여할 수밖에 없겠지만, 우리가 협상이 되기도 전에 러시아가 안보 보장의 조건을 제시한다는 전제로 협상에 접근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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