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트럼프 달래기에 나서… “우크라와 종전계획 세워 미국와 논의”

Britain's Prime Minister, Sir Keir Starmer and Ukrainian President, Volodymyr Zelenskiy speak during a bilateral meeting at 10 Downing Street on March 1, 2025 in London England. The Ukrainian President arrived in London today to meet with the British prime minister ahead of a summit of European leaders on Sunday. Peter Nicholls/Pool via REUTERS

키어 스타머 총리, 트럼프·젤렌스키·마크롱과 통화
이탈리아 총리, 유럽 정상회동 전 트럼프와 통화
나토 사무총장도 화해 촉구… “관계 회복 나서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정상 회담이 격한 언쟁 끝에 파국으로 마무리되자 영국을 비롯한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중재자를 자처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완전히 손을 뗄 경우 유럽의 전쟁 지원은 물론 유럽 방위와 세계 안보 질서도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1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과 인터뷰에서 “영국은 프랑스, 그리고 아마도 1∼2개 다른 국가와 함께, 싸움을 멈출 계획에 관해 우크라이나와 협력할 것”이라며 “그러고 나서 그 계획을 미국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스타머 총리는 “주요 목적은 두 남자(트럼프와 젤렌스키) 사이의 ‘교량’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불편함을 느꼈다. 아무도 원치 않았던 모습”이라고 말했다.

스타머 총리는 회담 파행 후 각각 미국, 우크라이나, 프랑스 정상과 통화해 상황 수습에 나선 사실도 밝혔다. 그는 “내가 한 일은 소매를 걷어 올리고 전화기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 다음에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하고, 추가 논의를 위해 젤렌스키 대통령을 초청해 따뜻하게 환영하고, 다시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우크라이나와 평화 계획을 짜 미국과 논의한다는 그의 구상이 이같은 과정에서 나온 결과라는 것이다.

영국이 이처럼 중재자를 자처한 이유는 미국 없이 당장 유럽의 안보 자립을 이룰 수 없는 현실적인 한계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현재로선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대체할 수 없는 유럽은 피해 최소화와 중재 모드로 갈 것”이라며 “미소와 포옹 이면에서 유럽 정상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자존심을 누르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을 가능한 한 빨리 바로잡으라고 촉구할 것”이라고 짚었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트럼프와 젤렌스키의 충돌 이후 상황 수습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이탈리아 총리실을 인용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총리실은 두 정상 간 통화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내일 런던 회담을 염두에 두고 이뤄졌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멜로니 총리는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 유럽 정상 중 유일하게 참석하는 등 친(親) 트럼프 인사로 거론된다. 또한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오랜 지지자로 미국과 유럽 사이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마르크 뤼터 사무총장도 BBC에 나와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밝히며 “트럼프 대통령 및 미귝 행정부와 관계를 회복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 정상들은 2일 영국 런던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회담을 열고 현 상황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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