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여파에 대중국 추가 관세까지 ‘설상가상’
‘딥시크 랠리’ 중국 기술주도 휘청
비트코인, 8만달러선 무너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국 추가 관세 방침과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 실적 발표 후 미 증시 조정의 여파로 28일(현지시간) 아시아 주요 주가지수가 큰 폭으로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랠리를 펼쳤던 비트코인 가격은 고점 대비 27% 급락하며 8만달러선이 무너졌다.
◇ 미국 이어 아시아 증시도 급락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는 전장 대비 2.88%, 한국 코스피는 3.39% 하락 마감했다.
한국시간 오후 3시 41분 기준 중국 본토의 상하이종합지수(-1.86%)와 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 300 지수(-1.87%)도 내렸다.
홍콩 항셍지수는 3.24%, 홍콩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들로 구성된 홍콩H지수(HSCEI)는 3.51%, 홍콩에 상장된 대형 기술주 30개로 구성된 항셍테크지수는 5.28% 각각 내린 상태다. 대만 증시는 이날 평화기념일로 휴장했다.
중국 증시는 최근까지 ‘가성비’ AI 딥시크 효과로 랠리를 펼쳤지만 부동산 경기 부진 등 기존 악재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로, 이번 충격으로 상승세가 꺾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음주 열리는 중국 최대 정치 이벤트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나올 AI 정책 등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삭소캐피털마켓츠의 차루 차나나 전략가는 관세가 단기적 위험이고 중국 시장의 AI 네러티브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면서 양회에서 나오는 정책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마감한 미 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2.78%)을 비롯해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0.4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1.59%) 등 3대 지수가 모두 하락하며 아시아 증시에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한국시간 오후 3시 57분 기준 나스닥 100 선물(+0.03%)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선물(+0.03%)은 보합세다.
◇ 트럼프 “대중국 관세 10% 더”…중국 “반격” 예고
엔비디아 주가는 작년 4분기 실적 발표 후 첫 거래일에 8.48% 급락했고, 그 충격으로 이날 아시아 반도체주들도 동반 급락했다.
삼성전자(-3.20%)·SK하이닉스(-4.52%)·한미반도체(-6.50%)를 비롯해 일본 도쿄일렉트론(-4.45%)·어드반테스트(-8.78%) 등의 주가가 줄줄이 내렸다.
엔비디아의 양호한 실적에도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이 악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이와증권의 시바타 미츠히로는 “엔비디아 실적이 예상에 부합했지만 AI 투자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부족했다”고 말했고, 비즈돔 투자그룹의 마이크 지그몬트는 “실적이 훌륭했지만 모두가 추매하고 싶을 정도는 아니었다”고 봤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27일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통해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25% 관세를 다음 달 4일 예정대로 부과할 뿐만 아니라, 이미 10% 추가 관세를 부과한 중국에 같은 날 10% 관세를 더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장을 흔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적 관세 정책에 인플레이션 및 소비심리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미중 무역전쟁 확대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중국 상무부는 “필요한 모든 반격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글로벌X 상장지수펀드(ETF)의 빌리 렁 전략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언급에 대해 “불확실성이 살아있고 (향후 또 다른 관세 발표 등) 이러한 조치가 패턴이 될 위험성을 키운다”면서 실망감을 표했다.
◇ 트럼프에 웃고 울은 비트코인…금은 8주 연속 상승세 마감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랠리를 펼쳤던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8만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가상화폐 가격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을 보면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장중 78,984.63달러까지 찍었다. 이는 지난달 20일 기록했던 사상 최고가 109,114.88달러보다 27.6%가량 낮은 것이다.
한국시간 오후 3시 56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 대비 7.83%, 일주일 전 대비 19.29% 내린 79,436.94달러에 거래 중이다.
미국 달러화와 국채가격은 오르고 있다.
유로화·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전장 대비 0.182 오른 107.426이다. 시장 금리의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4.227%로 지난해 12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달러화 강세 속에 원화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으며,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주간 거래 종가 대비 20.4원 오른 1,463.4원에 거래를 마쳤다.
달러 강세는 금값 하락 요인이며, 금 현물 가격은 한국시간 3시 56분 기준 전장 대비 0.48% 내린 온스당 2,863.69달러다.
주간 기준 8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던 금값은 이번 주 2% 넘게 떨어져 지난해 11월 말 이후 최대 하락률을 기록 중이다.
국제 유가도 내림세다. 4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0.67% 내린 배럴당 69.88달러, 4월물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0.69% 내린 배럴당 73.53달러다.
국제 유가는 월간 기준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 만에 내림세로 마무리할 전망이다.
시장은 28일 발표될 미국의 1월 개인소비지출(PCE) 지표에 따라 변동성이 추가로 커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