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발언에도 16일 증시가 잠잠한 모습을 보이면서, 일각에서 시장이 금리정책보다 기업 실적에 더 주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월 의장은 이날 한 행사에서 “최근 경제 지표는 확실히 더 큰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오히려 그런 확신에 이르기까지 예상보다 더 오래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현 통화정책 수준이 우리가 직면한 위험에 대처하기에 좋은 지점에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파월 의장이 지난달까지만 해도 금리 인하 돌입을 위한 확신이 들 때까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던 만큼 이날 발언은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도 있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날 미 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0.17%)는 강보합,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0.21%)와 나스닥 지수(-0.12%)는 약보합으로 마감하는 등 주요 주가지수가 혼조세를 보였다.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이와 관련해 노동시장이 여전히 견조하고 소비자물가 지표가 연이어 예상보다 높게 나온 가운데, 연준 인사들이 최근 금리 인하 신중론을 꾸준히 제기해온 만큼 파월 의장 발언의 충격이 줄어들었다고 평가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계속 횡보하면 금리 인하가 정말 필요한지 의문이 들 것”이라며 연내 금리 동결 가능성을 시사했던 지난 4일 미국 3대 주가지수는 모두 1% 넘게 하락한 바 있다.
이후에도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연준 인사들의 발언이 이어졌으며,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에 앞서 필립 제퍼슨 부의장도 인플레이션 추가 둔화 신호가 나올 때까지 금리가 현 수준에 머무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마켓워치는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탄탄함을 뒷받침하는 지표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날 증시 흐름에 영향을 끼쳤다고 해석했다.
이날 애틀랜타 연은의 GDP 나우는 이날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연율 2.9%로 전망했으며 이는 기업 실적에 좋은 징조라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글로벌리서치의 사비타 섭라마니안 전략가가 진단했다.
그런 만큼 현 증시에 최대 위협은 연준이 아니라 기업 실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실적이 고평가된 주가 수준을 뒷받침하지 못할 상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US뱅크자산운용의 롭 하스 선임 투자전략가는 “랠리가 지속되려면 기업들이 월가의 실적 성장 전망치를 충족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라면서 “실적이 시장의 핵심으로 남아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 확대 우려, 미국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 등에 따라 전날 아시아 주요 주가지수가 급락한 데 이어 유럽 주가지수들도 9개월 만에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16일 유럽의 광범위한 기업을 포괄하는 스톡스 유럽 600지수(-1.53%)와 영국 FTSE 100 지수(-1.82%)는 지난해 7월 이후 9개월 만에 낙폭이 가장 컸다. 독일 DAX 지수(-1.44%)와 프랑스 CAC40 지수(-1.40%) 등도 1% 넘게 떨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