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새론의 비극적인 죽음을 마주한 한국 언론의 태도 변화는 실로 가관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그녀의 음주운전 사고를 연일 대서특필하며 그녀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을 추적하던 언론이, 이제는 마치 자신들은 아무런 책임도 없다는 듯 애도의 글을 쏟아내고 있다. 그녀가 재기의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매장되었다는 둥, 사회가 ‘오징어 게임’처럼 잔혹하다는 둥, 갑자기 동정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얼마나 가식적인지, 멀리서 지켜보는 미주 한인들의 눈에는 뻔히 보인다.
25살의 한 젊은 여성이 실수 한 번으로 낙인찍히고, 온갖 매체가 그녀를 소비하며 그녀의 삶을 파헤쳤다. 방송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그녀의 사고 영상을 틀어댔고, 온라인 매체들은 그녀의 행보를 따라다니며 콘텐츠로 소모했다. 댓글에는 손가락질과 비난이 가득했고, 한때 그녀를 띄워주던 대중과 업계는 한순간에 등을 돌렸다. 그리고 이제와서? 마치 자신들은 아무런 잘못도 없다는 듯 그녀의 죽음을 추모하는 기사들을 쏟아내며 애도를 표한다.
더 가관인 것은 연예계의 반응이다. 생전에 그녀를 외면했던 동료 연예인들이 갑자기 앞다투어 조의를 표하며 빈소를 찾고 있다. 울고불고 하며 애도의 물결을 만든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속에는 정말 슬픔만이 있을까? 혹여 이때 가만히 있다가 불똥이 튀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깔려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위선적인 모습이야말로 한국 사회가 병들어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이 나라에서는 한번 낙인찍힌 사람에게 다시 일어설 기회를 주지 않는다.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에서, 특히 연예인들에게는 ‘회복’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죽음이 가까워지고 나서야 겨우 ‘너무했다’는 소리가 나오지만, 정작 살아 있을 때는 아무도 손을 내밀지 않았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대통령만 이상한 것이 아니다. 나라 전체가 이상하다. 언론도, 대중도, 연예계도 모두 자기 손을 더럽히지 않으려 하면서도, 비극이 발생하면 앞다투어 ‘추모 장사’를 한다. 김새론의 죽음을 단순한 개인의 비극으로 넘길 것이 아니라, 이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 언론은 이제라도 ‘챙피한 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