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으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한국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원유 등 에너지 가격의 오름세로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다 올해 경제성장률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란의 무력 충돌이 확전 양상으로 갈 경우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중반대까지 치솟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외국인 투자 자금의 급속한 유출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견했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8% 넘게 상승했다. 최근 5거래일 동안 상승률은 2.9%에 달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5일 1350원을 넘어선 뒤 꾸준히 상승해 이날 장중 한때 14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환율 움직임과 관련해 중동 지역의 정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동 사태의 영향으로 단기간에 원·달러 환율이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중동 전쟁으로 확전되느냐에 따라 환율 움직임이 좌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이스라엘이 이란에 보복할지 안 할지가 불투명한데 양국의 무력 충돌이 이어진다면 환율 상승세는 진정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이 5차 중동전쟁으로 확대될 경우 환율은 1400원 중반대까지 치솟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해 보복 공습을 단행해 중동 지역 분쟁이 확전 양상으로 흘러가면 1450원대까지 상승할 수 있다”며 “2022년 9월에도 환율이 1400원 중반대까지 상승한 적 있으니 이 정도에서 심리적 저지선이 생길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