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 실험실에서 누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며, 바이러스 기원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이는 지난해 FBI와 미국 에너지부가 실험실 유출설을 지지한 데 이은 움직임으로, 코로나19의 기원을 둘러싼 논쟁이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CIA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코로나19의 기원이 자연발생보다는 연구실과 관련 있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평가의 신뢰도는 아직 ‘낮은 수준(low confidence)’이라고 덧붙였다. CIA는 “자연발생설과 연구실 유출설 모두 여전히 그럴듯한 시나리오”라며, 향후 추가 조사를 통해 결론을 내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미국 정보당국은 2021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지시로 코로나19의 기원을 조사해왔다. 이 과정에서 FBI와 에너지부는 중국 우한에서 진행된 위험한 바이러스 연구 중 바이러스가 누출됐을 가능성을 지지했다. 반면, 국가정보위원회(NIC) 등 다른 기관들은 동물을 통해 전파됐다는 자연발생설을 선호해왔다.
CIA는 원래 바이러스 기원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나, 윌리엄 번스 전 CIA 국장이 “불가지론보다는 어느 한쪽 입장을 취하라”는 지시를 내린 뒤 실험실 유출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신뢰도가 낮은 수준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코로나19의 기원은 초기부터 첨예한 논쟁거리였다. 중국 정부가 국제사회의 조사에 충분히 협조하지 않아 정확한 원인 규명이 어려웠고, 자연발생설이 우세했지만 숙주 동물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 우한 연구소의 생물학적 물질 통제 조치가 미흡했다는 의혹 등이 제기되며 실험실 유출설도 힘을 얻었다.
미국 내에서는 이 문제가 정치적 논쟁으로 비화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며 실험실 유출설을 강력히 주장한 반면, 민주당 측은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파됐다는 자연발생설을 지지했다. 트럼프 정부 당시 CIA 국장을 지낸 존 랫클리프도 실험실 유출설을 지지한 바 있다.
톰 코튼 공화당 상원 정보위원장은 CIA의 새로운 결론에 대해 “가장 그럴듯한 설명”이라며 “이제 중요한 것은 중국이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의 기원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국제사회의 추가 조사와 중국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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