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2심 선고 대선 직전 나올 가능성
1심 피선거권 박탈형에 2심 전망 어둡
李, 30일 문재인 전 대통령 예방 예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당내 경쟁자들이 점차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2심 결심공판이 다음 달 26일로 확정돼, 조기 대선 국면으로 바뀔 경우 2심 선고가 선거 직전에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1심에서는 징역형 집행유예로 피선거권 박탈형을 받은 상태다. 여기에 최근 저조한 지지율 문제까지 겹쳐 이 대표 독주체제의 틈이 커지고 있다.

표정관리 나선 민주당 “2심 적극 임할 것”

일단 표정관리에 주력했다. 이 대표는 24일 당 지도부와 함께 설 귀성인사에 나섰고, 조승래 수석대변인 명의 당 공식 입장도 “사법부 절차를 준수하며 재판부가 제시한 일정에 적극 임할 것”이라는 수준에 그쳤다. 대신 위헌법률심판 제청 검토에 대한 여당의 공세에는 “이 대표는 재판을 지연한 사실이 없다”고 항변했다.

선거법 2심 공판이 예정대로 끝나면 선고는 3~4월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될 경우 5월 이후로 점쳐지는 조기 대선을 앞두고 최대 악재다. 조 수석대변인은 “(재판을) 다른 정치 일정과 관련해서 고민하거나 검토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친이재명계는 오히려 자신감을 보였다. 대선 직전 2심 선고가 나오더라도 대법원 판단이 남아있다는 이유에서다. 친명계 의원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마지막 상고심 절차도 있어 그렇게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이 대표 측 신청 증인을 어느 정도 채택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법원이 증인을 많이 채택하면 선고는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설 연휴를 앞둔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설 귀성객에게 인사 중 셀카를 찍고 있다. 뉴스1이미지 확대보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설 연휴를 앞둔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설 귀성객에게 인사 중 셀카를 찍고 있다. 뉴스1

‘사법리스크+지지율’ 파고드는 野 잠룡들

그럼에도 지지율 하락 국면과 맞물리면서 야권 잠룡들은 이 대표를 향해 날을 세우고 있다.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 기준, 이 대표의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는 31%로 집계됐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 직후 조사(지난달 20일 발표)에 비해 6%포인트 낮아졌다. 당 지지율도 같은 기간 8%포인트 하락(48%→40%)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 혼자 모든 걸 다 잘 할 수는 없다”고 직격했다. 사흘 전 이 대표 일극체제를 비판한 데 이은 것으로, 이번에는 이 대표를 직접 겨냥해 한층 더 수위를 끌어올렸다. 그러면서 “친명(친이재명)의 색깔만으로는 과반수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며 “용광로 같은 민주당의 리더십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지지율 하락은) 민주당에 대한 따끔한 경고”라며 “(민주당이) 계속 강공 일변도로 간 데 대한 국민적인 피로감이 있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선 출마 의향을 묻는 질문에 “국정안정과 민생회복이라는 목표를 향해 정치권이 나가야 된다”면서 “거기에서 제가 할 역할이 있으면 하겠다”고 구상을 밝혔다.

김동연 경기지사도 이날 다보스포럼 참석 후 귀국길에 취재진과 만나 “민주당은 신뢰의 위기”라면서 “(당에는) ‘여론조사 검증위원회’가 아니라 ‘민심 바로알기 위원회’가 필요하다. 민주당 일원으로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최근 민주당이 여론조사 신뢰성을 검증하는 당내 기구를 출범시키면서 논란을 자초하자, 이를 지적하면서 사과한 것이다.

친문계 견제에… 李, 30일 평산마을행

이 대표는 곧장 ‘통합 행보’로 응수했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한다. 당에서는 “연초에 순연된 예방 일정이 이제서야 다시 잡혔다”고 설명했지만, 이 대표가 문 전 대통령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최근 이 대표에 도전하는 야권 잠룡들은 모두 문재인 정부 출신이다.

※기사에 인용된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각각 지난 21∼23일, 지난달 17~19일 동안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조사 방식(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을 통해 실시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나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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