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노딜’ 이후 미국과 협상에 선 그어와…”갈 데까지 가봐”

친서외교로 트럼프와 친분 유지하며 타이밍 볼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 의지를 보이면서 향후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방영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김정은과 다시 연락을 취해보겠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할 것”(I will)이라고 답했다.

취임 첫날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부르며 “내가 돌아온 것을 그(김정은)가 반기리라 생각한다”고 말하더니 이번에는 북미 정상외교를 다시 시도하겠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일 이어지는 ‘구애’에 김 위원장이 바로 화답할 가능성은 작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우선 트럼프 정부의 구체적인 대북정책이 성안되지 않아 대화를 해도 얻을 게 무엇인지 확실하지 않다. 김 위원장은 마음만 먹었으면 22∼23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계기에 대미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었지만, 불참한 것도 굳이 나설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최근까지도 미국과 대화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다는 점도 대미 대화에 신중하리라 예상되는 이유다.

그는 지난해 11월 21일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4’ 개막식 기념연설에서 “우리는 이미 미국과 함께 협상주로의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보았으며 결과에 확신한 것은 초대국의 공존의지가 아니라 철저한 힘의 입장과 언제 가도 변할 수 없는 침략적이며 적대적인 대조선(대북)정책이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제기되던 북미 대화 관측에 선을 그은 것으로, 김 위원장은 2019년 2월 결국 ‘노딜’로 귀결됐던 하노이 정상회담에서처럼 비핵화와 제재 해제 조치를 맞바꾸는 방식의 협상에는 응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한이 우크라이나전 파병을 통해 러시아와 동맹 관계 강화에 매진하는 상황인 만큼 미국과의 대화를 서두르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북한에 대해 강한 대화 의지를 표명하는 만큼 김 위원장도 어느 정도는 ‘밀당’을 하며 여지를 남길 가능성이 있다.

특히 시기가 문제일 뿐 언젠가는 미국과 제재해제를 위한 담판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친서 등을 통해 개인적 친분은 유지하려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한 탐색적 대화가 뉴욕채널(미 국무부-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등을 통해 물밑에서 이뤄질 수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언급한 ‘초대국의 공존의지’는 결국 핵을 가진 북한과 공존할 의지가 있느냐는 의미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핵보유국 발언은 “북한이 원했던 일종의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탄핵국면으로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는 한국이 북미 대화가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전개되도록 외교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다.

그간 한미가 견지해 온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가 트럼프 정부에서도 유지될지 확언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정부는 한미 외교장관회담 등을 통해 미국의 대북정책이 수립되기 전 서둘러 우리 입장을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홍 위원은 “우리에게는 절박한 상황으로, 빨리 준비하지 않으면 후속적으로 (북미협상 결과를) 승인만 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며 “군비통제든 핵 군축이든 우리가 선제적, 주도적으로 미국에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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