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자 단속·정부 구조조정 착수
곧장 줄소송… 종교계, 정책 재고 간청
귀 닫은 트럼프… 볼턴 경호 중단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이튿날인 21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곧장 ‘이민자·관료 퇴출 작전’에 돌입했다. 전날 공표된 행정명령 상당수가 진영 간 찬반이 극명히 갈리고 법적 논란 소지도 있는 강경책이라 반발과 회유도 금세 뒤따라 나왔다. 그러나 트럼프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국경 차르’(이민 정책 총책임자) 톰 호먼은 이날 미국 CNN방송에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전국 곳곳에서 불법 체류자 단속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일단은 범죄자가 표적이다. 하지만 현장 단속 때 걸리면 범죄 경력이 없어도 체포되고, 붙잡힌 이들은 구금을 거쳐 추방된다고 호먼은 설명했다.
‘성역’도 사라졌다. 벤저민 허프먼 국토안보부 장관 대행은 이날 ICE 요원이 학교·교회처럼 ‘민감한 구역’에서도 단속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이민 옹호 단체들은 단속이 두려워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는 이민자가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쫓겨날 처지가 된 이는 이민자만이 아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2기 백악관은 전날 찰스 에젤 인사관리처(OPM) 처장 직무대리 명의의 공문을 연방정부에 하달해 “각 기관의 신규 채용을 이날부터 전면 중단하고 기존 임용 내정자의 발령도 취소하라”고 지시했다. 더불어 이날 각 연방정부 기관에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담당 직원 전원에게 유급 강제휴직 발령을 내리도록 주문하는 공문도 보냈다.
성소수자도 소외될 위기다. 미국 NBC방송은 국무부가 그간 여권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웹사이트에서 ‘성별 표기 선택하기’ 섹션을 통해 남성(M)·여성(F) 외에 제3의 성별 정체성을 뜻하는 ‘X’를 고를 수 있게 해 왔으나, 이날 오전 해당 섹션을 없앴다고 보도했다.
당장 각계 항의가 쏟아졌다. 캘리포니아·뉴욕·애리조나 등 22개 주와 워싱턴DC·샌프란시스코 등 2개 도시의 법무장관들이 낸 행정명령 위헌 소송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소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일 서명한 출생 시민권 일부 제한 관련 행정명령은 미국에서 태어난 모든 사람에게 시민권을 주라고 명시한 헌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뿐만 아니다. 공익법 로펌이 정부 자문위원회에 적용되는 법을 위반했다며 전날 행정명령에 의해 신설된 정부효율부(DOGE)를 상대로 제소했고, 연방공무원노동조합은 직원 해고를 쉽게 만드는 행정명령을 철회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한 성소수자 문제 옹호 단체가 성전환자(트랜스젠더) 권리 침해 관련 소송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저항에는 종교계도 동참했다. 마리앤 버드 성공회 워싱턴교구 주교는 이날 워싱턴국립대성당에서 대통령 취임 행사 일환으로 열린 ‘국가기도회’의 설교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두려움에 떠는 이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간청했다. 성소수자를 겨냥한 다양성 폐기, 이민자 추방 등 정책을 재고해 달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시큰둥했다. 기도회 뒤 취재진에게 “별로 흥미롭지 않았다”고 폄하했다.
전날 취임한 지 몇 시간 만에 자신의 집권 1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존 볼턴에게 정부가 제공해 오던 경호를 중단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