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가 15일 미국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을 투자하는 삼성전자에 반도체법에 의거해 보조금 64억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상무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상무부와 삼성전자가 미국 반도체 공급망의 복원력을 강화하고 미국의 기술 리더십을 발전시키며 미국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반도체법에 따라 최대 64억 달러의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예비거래각서(PMT)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이어 삼성전자가 향후 미국에 4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 같은 투자 제안은 2만 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을 지원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를 투자해 건설 중인 반도체 공장의 규모와 투자 대상을 확대해 오는 2030년까지 총 4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기존 투자 규모의 두 배가 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2년부터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반도체 생산 공장에 추가로 새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패키징 시설과 함께 첨단 연구개발(R&D) 시설을 신축해 본격적인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삼성전자의 첫 번째 텍사스 테일러 공장은 2026년부터 4나노미터 및 2나노미터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이며 이후 두 번째 공장도 가동에 들어가 첨단 반도체를 양산하고 R&D 시설도 운영할 계획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오늘 삼성의 미국 내 투자 발표는 나의 ‘인베스트 인 아메리카(Invest in America·미국에 투자)’ 의제와 한미 동맹이 미국 모든 구석에 기회를 어떻게 창출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또 다른 본보기”라고 밝혔다.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전날 사전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인베스트 인 아메리카’ 의제에 따라 또 한 번의 역사적 투자를 기념하게 됐다”며 “이로써 세계 최첨단 반도체가 미국에서 생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에 지원하는 반도체 보조금은 미국 반도체기업인 인텔(85억달러·11조8천억원)과 대만 기업인 TSMC(66억달러·9조1천억원)에 이어 3번째로 큰 규모다.
반도체 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이 같은 지원은 첨단 반도체의 공급망을 미국내로 끌어들이기 위한 경제·안보 전략의 일환이다.
미국 정부는 중국과의 기술 패권 대결이 격화하자 첨단 기술의 핵심인 반도체에 대한 해외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안보 위험으로 간주해왔다.
현재 미국 내에서는 첨단 반도체 생산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나 미국은 첨단 반도체에 대한 투자를 과감히 지원해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최첨단 반도체의 20%를 자국 내에서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2021년 출범 이후 공급망 유연성을 확보하고 중국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핵심 제조업의 부활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이어왔고, 특히 국내외 반도체 제조기업들의 설비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반도체법을 입법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20일 인텔에 보조금 85억달러와 대출 110억달러 등 195억달러에 달하는 지원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어 지난 8일에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에 보조금 66억달러를 포함해 총 116억달러 지원안을 공개했다.
삼성전자가 받게 될 보조금 64억 달러는 대출금을 제외한 순수 보조금으로 비교해도 TSMC 비해 약간 적지만, 투자액 대비 보조금 비율(%)로 따지면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삼성전자의) 이번 투자에는 2개의 첨단 파운드리 생산 시설과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시설, 패키징 시설이 포함된다”며 “1개 생산 시설은 축구장 11개 규모이며, 삼성은 이 같은 시설을 두 개나 건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특히 “삼성은 핵심 연구 개발을 미국에서 수행, 텍사스에서 미래 반도체 기술 개발을 이어갈 것”이라며 “이번 투자로 최소 1만7천개의 건설 일자리가 생기고, 공급망을 포함할 경우 수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보조금 제공)는 첨단 반도체 기술을 미국으로 되돌리기 위한 세 번째이자 삼각축의 마지막 완성이 되는 투자”라며 “삼성전자의 400억 달러대 투자와 짝을 이뤄 이번 투자는 미국 역사상 대규모 외국인 투자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에 최첨단 R&D 시설을 가져오기로 한 삼성의 결정은 미국이 첨단 기술의 수혜를 입는다는 의미”라며 “이번 투자로 바이든 행정부는 애리조나에서 텍사스에 이르는 혁신 커뮤니티를 지원하게 됐다”고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