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내란 혐의 부인 입장…오전 조사 진술거부로 수사에 협조 안해
15일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조사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공수처는 이날 오전 11시 정부과천청사 5동 건물 3층에 있는 영상녹화조사실에서 윤 대통령을 상대로 피의자 조사를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오후 1시 30분께까지 2시간 30분가량 이어진 오전 조사에서 이재승 차장검사의 질문에 전혀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 관계자는 오후 브리핑에서 조사 상황과 관련해 “현재 진술을 거부하고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위헌·위법한 12·3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군경을 동원해 폭동을 일으킨 혐의(내란 우두머리·직권남용)를 받는다.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는 불법이라는 기존 입장에 따라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체포영장 집행 이후 공개한 영상 메시지에서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서 일단 불법 수사이기는 하지만 공수처 출석에 응하기로 했다”면서 “그러나 제가 이 공수처의 수사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수사권이 없는 기관에 영장이 발부되고, 영장 심사권이 없는 법원이 체포영장과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했다”면서 “불법적이고 무효인 이런 절차에 응하는 것은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한 마음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입장을 고려하면 윤 대통령이 남은 조사에서도 공수처 검사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진술을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앞서 공수처의 세 차례 출석 요구에도 불응했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어 수사에 응할 의무가 없고 비상계엄에 관한 입장은 수사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통해 밝혀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은 법원이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을 인정해 체포·수색영장을 발부한 뒤에도 “위헌·위법한 영장”이라며 ‘불법 수사’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이 법률 지식과 수사 경험을 토대로 일부나마 혐의를 부인하는 진술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비상계엄 선포는 통치권자의 정당한 권한 행사이며 국회의 해제 요구 의결 이후 경고성 계엄을 해제한 만큼 내란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노태우·전두환·노무현·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 검찰 조사에 응했는데 이들 가운데 조사 전 과정에 걸쳐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는 없었다.
피의자 조사는 수사기관과 피의자 측이 핵심 혐의를 놓고 다투는 첫 단계여서 이날 수사부터 양측 간 치열한 수싸움이 예상된다.
진술을 거부하더라도 수사기관이 강조하는 부분이나 수사의 전체 윤곽을 파악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 이를 통해 향후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통해 판사 앞에서 적극적으로 입장을 개진하고 소명하는 방안도 있다. 일단 수사에는 응하더라도 재판 법정에서 부인하는 방안도 있다. 이 경우에는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문제가 될 수 있어 재판 절차가 수사기관의 예상보다 길어지거나 혐의 증명에 혼선을 줄 가능성도 있다.
윤 대통령 측은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